진로

by 카북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나에게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최고의 씨름 선수와 최고의 축구선수는 비슷한 노력을 하지만 최고의 축구선수가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래서 씨름판보다 축구장에서 놀아야 한다. 좋은 판을 차지하면, 받는 대우가 달라진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반박할 수 없이 맞는 말이지만, 아직 돈을 보고 진로를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더 솔직해지자면, 엄마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돈과 명예의 중요성이 자꾸 나를 유혹한다. 나도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남들이 더 알아주면 좋겠다. 그래서 더 큰 판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진로를 탐색하고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도 보고 책도 읽다가 그냥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씨름판에서 노는 선수들은 씨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들도 남들이 더 알아주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씨름을 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은 아닐까? 씨름을 할 수밖에 없다면, 아예 다른 스포츠에 대한 선택지가 없다면, 엄마가 말하는 더 큰 판에 가서 놀아야 한다는 말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이 된다. 왠지 내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정해진 느낌이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평생이 불행해질 것 같은 일들, 내가 해야만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뭐가 옳은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씨름 선수로 태어난 사람이 축구를 해서 돈을 많이 번다면 의미 있는 삶일까? 씨름 선수로 태어난 사람이 씨름을 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못 벌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씨름 선수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까? 나는 어떤 분야를 하지 않을 수 없을까?


우리는 모두 복잡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복잡계는 Analytic Solution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정형적으로 구할 수 있는 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numerical solution을 구해야 하는데, numerical solution은 우리가 원하는 오차범위에 따라, 조건에 따라 해가 달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numerical solution을 찾기 위해서는 조건들을 일일이 다 넣어봐야 한다.


옳지 않은 비유일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의 인생에 각각 조건이 있고, 우리가 원하는 오차범위를 우리가 설정한다면, 무엇이 나오든 인생이라는 방정식의 Solution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렇게 애매한 결론으로 이 글을 마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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