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편을 쓰는 것

여행하는 선생님들 에세이 프로젝트 5편

by 카북이

아빠는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으로부터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내가 읽었을 때는 정말 이상한 책이었다. 나는 <연금술사>가 훨씬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똑같은 글을 읽어도, 다르게 반응한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 마주친 인연, 물려받은 유전자, 등 수많은 과거와 우연들이 쌓여 타인과 나, 나에게 좋은 글과 나에게 나쁜 글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신은 이렇게 말한다.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이야기의 신인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해석하고, 배울 점을 찾는 것은 독자인 우리의 몫이다. 만약 내가 어떤 책이 별로라고 느껴지면, 아마 그건 책의 이야기가 고유한 내 삶과 반응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고유하고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어보면, 달라질 수 있다. 쌓인 과거와 우연은 나를 새롭고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른 나, 더 발전하고 새로워질 내일의 나는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미래의 내가 과거에 찾지 못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글을 쓰는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글을 쓰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만한 좋은 글을 쓰고 싶어진다. 베스트셀러 책을 쓰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하지만 이 욕심에 집착하게 되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게 잊힌다.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흐려진다. 결국 흐린 이야기를 적은 글을 다 지우고, 초심을 찾고 처음부터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그렇게 글 한편을 완성하고 나면, 그 어떤 독자보다 작가인 내가 성장했다는 걸 깨닫는다. 시작은 남을 위한 글이었지만, 나를 위한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글을 쓰면서 생긴 모든 해프닝들도 나를 성장시킨다. 그래서 나는 글을 읽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고 믿는다.


나는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받는 독자들도 있다. 나는 내 이야기에 A라는 메시지를 담았지만, 완전히 다른 배움을 얻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나도 뛰어난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것들을 배워가기도 한다. 인생이 항상 의도하지 않은 대로 흘러가듯, 독자들도 의도하지 않은 바를 배워간다.


결국 나는 나대로, 독자는 독자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워간다.


여행하는 선생님들은 도서산간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서 나, 관계, 세상에 대한 수업을 하는 동아리다. 선생님들은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수업에 담아, 학생들과 소통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내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나, 관계, 세상을 보는 방식을 수업을 통해 고등학생들한테 전달한다. 나는 이 과정이 글 한편을 쓰는 거랑 매우 닮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 교육여행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수업을 짜기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베스트셀러 욕심이 있는 작가처럼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욕심이 보인다. 학생들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욕심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놓친다. 그러고 결국 수업을 다시 다 짜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선생님들은 성장한다.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여행하는 선생님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수업했으면 좋겠다. 학생을 위해서 수업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내 이야기에 어떤 삶은 큰 감명을 받아 바뀔 거고, 어떤 삶은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다. 선생님이 했던 말이 10년이 지나서 생각이 날 수도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으니, 그냥 자기 자신을 위해 수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수업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최고로 꼽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수업을 제일 재밌어했던 것은 나였다.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사실 성장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라는 소설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됐다고 확신한다.


결국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어쩌면 선생님도 학생의 방식으로 배움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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