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효사정
건강을 위해 하루 1만 보 이상 걷기 운동을 하다 보니, 늘 버스 타고 다니던 흑석역은 당연히 걸어서 오가는 곳이 되었고, 어느덧 '노들 섬', '동작역', 더 나아가 '새빛 둥둥 섬' 등도 모두 도보 생활권에 두게 되었습니다. 점점 도보 생활권이 넓어지고 있는데, 이러다 어디까지 넓어질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지난주 토요일 10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3년 만에 '불꽃 축제'가 열렸습니다. 불꽃 축제가 열리는 원효대교 근처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접근할 생각조차 안 했고, 비교적 가까워 불꽃놀이가 잘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흑석동 '효사정' 근처나, 한강을 따라 동작역 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몇몇 낚시 Spot에서 구경을 해 볼까 작전을 짜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의 작전은 이랬습니다. 첫 팀인 일본팀이 저녁 7시 20분부터 공연을 시작하니까 저희 부부는 5시에 집을 나서 효사정 근처에 있는 '용양봉 저장공원'과 흑석동 마크힐스 빌라 앞에 있는 '육교 위' 그리고 그 육교 아래 노들 섬 쪽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있는 의자들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먼저 점검합니다. 이후 저희 부부는 '성민 양꼬치'에가서 맛있는 양꼬치를 먹고 저녁 6시쯤 식당을 나서 동작역까지 걸어갑니다. 소화도 시키고 동작역까지 걸어가며 저희가 봐 두었던 Spot에 과연 사람이 많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일본팀이 7시 20분부터 공연을 시작하면 동작역 쪽에서 보이는 불꽃놀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인다 싶으면, 한국 팀이 공연을 시작하는 8시 전까지 효사정 쪽으로 다시 이동을 합니다.
집을 나서 5시 20분쯤 '용양봉 저장공원'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입니다. 자리가 제법 있어 보이지만, 사람이 없는 곳은 앞에 나무들이 있어서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곳입니다. 즉, 불꽃놀이가 잘 보일 만한 곳은 이미 사람들이 장악을 완료하였습니다.
용양봉 저장공원에서 내려오는 길목도 불꽃놀이가 조금이라도 보일 만한 곳이 있다면 이미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장악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공간이 있으니 5시쯤 오면 불꽃놀이를 잘 볼 수 있는 장소는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로 대단한 열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효대교 앞 여의도 한강 공원과 노들 섬을 제외하고 불꽃놀이를 가장 잘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육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단 높고 시야를 가리는 어떤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녁 5시 30분에 이미 육교와 계단 등은 점령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약간씩의 공간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5시쯤 나오면 나쁘지 않은 자리를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육교를 내려와 노들 섬 쪽으로 나 있는 산책로 모습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의자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미 대부분 구경하려는 사람들에게 점령되었습니다. 일단 5시 30분쯤 효사정 근처의 상황을 체크했으니, 내년 불꽃축제 때 참고할 만한 자료는 확보하였습니다. 이제 저희 부부는 맛있는 양꼬치를 먹으로 '성민 양꼬치'로 향합니다.
언제 먹어도 너무 맛있는 양꼬치!! 맛은 항상 변함없이 좋은 편인데, 육질이 가끔 질길 때가 있습니다. 이날도 고기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는데, 육질이 약간 질겨서 2% 아쉬웠습니다.
양꼬치에 빠질 수 없는 '고량주'. 메뉴판에는 '컵술'이라고 되어있고 4,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컵으로 파는 '고량주'입니다. 조금 비싼 '연태 고량주'보다는 약간 더 독하고 덜 부드러운 맛이지만, 가성비는 참 좋은 고량주 같습니다. '이과두주'라고 녹색 병으로 팔고 있는 저가 고량주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좋은 고량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내와 각 한 잔씩 마셨습니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양꼬치를 바로잡아 주는 '오이 무침'. 저희 부부는 양꼬치를 먹을 때, 반드시 오이 무침을 시킵니다.
요즘에는 항상 '고수'를 추가로 시키고 있습니다. 단 돈 1,000원에 이렇게 많이 주십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고 추측이지만, 저희 부부가 단골이다 보니 특별히 많이 주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왜냐하면, 지난번에 옆 테이블에서 다른 분들이 시킨 걸 봤는데, 저희에게 주는 양의 반도 안 되어 보였거든요. 역시 단골은 좋은 것입니다.
이 고수는 반드시 오이 무침에 추가 투입해야 합니다. 오이 무침에는 고수가 조금 적게 들어 있어서, 이렇게 고수를 추가해서 왕창 투척해 줘야 더 맛있게 오이 무침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남은 고수는 최근 들어 완전 사랑하게 된 '바지락 볶음'에 투하해 줍니다. 바지락 볶음은 무한 밥을 부르는 무서운 음식입니다. 해감 잘 된 신선한 바지락에 적당히 짭짤하고 고소하면서 매콤하고 기름진 양념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최고의 음식 중 하나입니다. 요즘 아내와 성민 양꼬치를 가면 이렇게 세 가지 음식은 꼭 시키고 있습니다. 성민 양꼬치를 방문하시는 분은 꼭 한 번 드셔 보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배부르게 먹고 계획대로 6시 30분 정도에 가게를 나섰습니다. 이제 흑석역 뒤 한강을 따라 동작역까지 걸어가며 저희 부부가 봐 두었던 여러 낚시 Spot을 점검해 보기로 합니다.
"과연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장소였는데, 역시 사람이 꽤 많이 모여있었습니다. 이곳은 멀리 노들 섬과 그 넘어가 시야 방해 없이 잘 보이는 곳들입니다. 눈앞 시야가 탁 트여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데 지장 없고, 사람도 다른 장소들에 비하면 상당히 적어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는 합니다. 다만 거리가 상당한 관계로 불꽃놀이가 작아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망원 렌즈와 카메라 다리가 있으면 상관은 없겠지만, 그냥 눈으로만 감상을 해야 한다면 좀 아쉬움이 남는 장소입니다.
저 멀리 한강 한가운데 검은색으로 보이는 곳이 바로 '노들 섬'입니다. 노들 섬이 저 정도 사이즈로 보인다는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동작대교 아래 119 수상 구조대 앞모습입니다. 헬기장이라 응급 상황을 고려해 통제할 줄 알았는데, 개방해 놓았더군요. 동작역이 가까워서 인지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동작대교 아래는 매우 비추입니다.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사람도 너무 많습니다.
저희 부부는 다시 효사정 쪽으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본팀이 공연을 시작한 후 이동을 해서 '뻥뻥' 소리만 들으며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효사정 쪽은 아까 확인 후 2시간 이상 지난 후이고 공연이 시작해서 인지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겨우 비집고 들어가 운 좋게 좋은 장소를 확보했습니다. 비교적 가깝고 좋은 자리에서 '한국 팀'의 불꽃 쇼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캐논 M3 미러리스 카메라와 55-200mm 망원 렌즈로 대충 담은 몇 장입니다. 위치가 좋아서 다행히 즐겁게 감상도 하고 사진과 영상도 담아 올 수 있었습니다.
여의도 불꽃 축제의 명당은 당연히 원효대교 쪽 한강 시민 공원이겠고, 그다음은 노들 섬, 그다음은 효사정 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불꽃 축제가 개최된다면 저희 부부는 조금 일찍 효사정 마크힐스 빌라 앞에 있는 육교로 출동하기로 하였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의자 두 개, 작은 테이블 하나 가지고 맛있는 음식 약간 준비해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최고의 명당은 이런 곳이 아니라, '마크힐스 빌라'나 한강을 따라 늘어선 아파트들이겠네요. 집 거실에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 시원한 맥주 마시며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 아닐까요? 아내와 함께 집으로 걸어가며 '마크힐스 빌라'를 열심히 끌어당겨 보자고 합의하였습니다. 몇 년 안에는 흑석동 마크힐스 빌라 거실에서 불꽃 축제를 감상하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