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항공대, 학사장교, 조종 유학
대한민국 항공사의 부기장으로서 갖춰야 할 자격증에 대해서는 지난 브런치에서 자세히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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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시간에는 대한민국에서 조종사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래 소개해 드리는 방법들로 조종사가 되면, 앞선 브런치에서 소개해 드린 여러 면허증들은 모두 자동으로 취득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조종사가 되는 길은 의외로 매우 다양한 편입니다. 흔히들 조종사가 되는 과정으로 공군사관학교나 항공대학교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공군사관학교나 항공대 말고도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흔힌 인식되는 조종사 양성 기관입니다. 고 3 때 대학교 진학하듯 입시를 치르고 입학하는 군사 대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전공이 있고, 전공과목에 더불어 군사학을 추가로 배웁니다.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고 모두 조종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 입학생 중 조종사가 되는 비율은 채 50%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흔히들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인식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체 입학생 중 절반도 안 되는 인원만이 조종사가 될 수 있습니다. 조종사가 되지 못한 자원들은 공군의 다른 병과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조종사 자원으로 선발된 인원도 힘들기로 유명한 초등, 중등, 고등 비행 교육 과정을 거치며 일부는 Washout 되기도 합니다. 즉, 중도 탈락되어 다른 병과로 빠지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공군사관학교에 입학을 했어도, 조종사가 되어 빨간 머플러를 목에 걸치기까지 치열한 경쟁과 매우 힘든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공군사관학교 다음으로 확실한 방법이 바로 항공대학교 항공 운항과에 입학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국 항공대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한서대학교, 한국 교통대, 청주대학교, 극동대학교, 초당대학교 등에도 항공 운항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죠. 항공대 항공 운항과를 진학하면 두 갈래 길로 나뉘게 됩니다. ROTC에 지원하여 공군 조종사가 되는 과정과 공군 조종사를 포기하고 일반 병사로 군 복무를 마친 후, 남은 비행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민간 항공사에 바로 취업을 하는 과정입니다. ROTC가 되어 공군 조종사로 가게 되면 공군 사관학교 졸업생과 동일하게 초등, 중등, 고등 비행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고 역시 중간에 Washout 될 수 있습니다. ROTC를 가지 않으면 앞선 브런치에서 소개해 드렸던 여러 가지 조종사 면허증을 자비를 들여서 취득한 후 민간 항공사 취업 경쟁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참고로 ROTC 제도가 있는 항공대학교는 한국 항공대, 한서대학교, 한국교통대학교 이렇게 3곳뿐입니다.
해군사관학교에도 항공기 조종 병과가 있습니다. 해군에도 P-3 초계기 같은 고정익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조종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해군사관학교 졸업생 중에 소수의 인원을 선발하여 항공기 조종사로 양성을 합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 중에 한 명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해군 조종사가 되어 군 복무를 하였습니다. 전역 후, 제가 근무했던 아시아나항공에 취업을 했더군요. 이런 케이스도 있으니 고려해 볼만은 합니다. 다만, 공군사관학교나 항공대 ROTC 만큼 많은 인원을 선발하지 않는 만큼 경쟁률은 더 치열할 수 있습니다.
학사 장교는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중 현역이 아닌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합니다. 저학년 일 수록 유리하고 고학년(3, 4학년)은 거의 뽑히지 않는다는 설이 있습니다. 가급적 일찍 지원하는 게 낫겠죠? 선발이 되면 선발된 시점부터 졸업하는 해까지 공군으로부터 장학금을 지원받습니다. 장학금을 지원받은 기간만큼 의무 복무 기간이 늘어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졸업 후, 바로 군에 입대하여 기초 군사 교육을 받고 공군 조종사 교육을 받게 됩니다. 공군에서 조종사 교육을 받는 만큼 공군사관학교나 항공대 ROTC 등과 똑같은 조종 교육을 받게 됩니다. 역시 Washout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공군사관학교나 해군사관학교도 아니고 항공대도 아니며 학사 장교도 아닌 그야말로 항공과는 전혀 관계없던 사람도 얼마든지 조종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항공 산업 선진국인 미국에서 조종사 면허증을 모두 취득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에도 여러 사설 비행 교육원이 존재합니다. 울진에 있는 '울진 비행교육원'이 가장 대표적인 시설입니다. 누구나 지원하여 비용을 지불하고 조종사 교육을 받고 조종사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항공대에도 재학생이 아닌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종 교육 과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이런 사설 조종 교육 기관이 정말 너무 많습니다. 땅이 넓은 나라인 만큼 중소 도시들이 매우 많고 그런 작은 도시들에는 공항이 하나쯤 다 있습니다. 공항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조종 교육 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돈만 있으면 미국에서는 얼마든지 조종사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합니다. 이 많은 방법 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단연 공군사관학교입니다.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조종사 자원으로 선발이 되고 초, 중, 고등 교육을 모두 무사히 마치면 모든 민간 항공사에서 모셔가고 싶어 하는 공군 조종사가 됩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조종사 적체 현상이 심화되어 상황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공군 조종사들은 대한항공을 갈지, 아시아나항공을 갈지 아니면 LCC로 갈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각 항공사들에서는 공군 조종사들을 모셔가기 위해 부대를 다니며 '영업'까지 했었습니다. 그야말로 자기 입맛에 따라 항공사를 선택해서 갈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는 게 바로 공군 조종사들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엄격한 위계질서만이 존재하는 숨 막히는 군 문화에 적응하여 살아남아야 하며, 언제라도 Washout 될 수 있는 살 떨리는 군 훈련을 이겨내야만 합니다. 공군사관학교 출신들은 15년, 나머지 공군 출신이나 해군 출신 조종사들은 10년의 의무 복무 기간이 있습니다. 또한 전투기를 타는 만큼 위험한 작전으로 인한 목숨의 위협을 항상 감수해야 합니다. 배정받은 전투기가 F-4나 F-5 같은 노후된 전투기라면, 정비 문제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까지 감내해야 합니다.
반면 민간 조종사들에게는 군에서와 같은 위계질서 따위는 없습니다. 내 돈 들여 내가 받는 교육이기에 중간에 Washout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면허증 하나를 취득하는데 6개월이 걸리든, 1년이 걸리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비행을 안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비행 훈련을 받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대신 민간 조종사들은 치열한 입사 경쟁을 치뤄야만합니다. 보잘것없는 작은 교육용 항공기만 탑승했고, 비행 경력 또한 미천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공군 출신 조종사들이 받는 '대접'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매년 쏟아지는 수백 명의 민간 출신 조종사들은 바늘구멍처럼 좁은 항공사 취업 시장에서 목숨을 건 경쟁을 치러야 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항공사의 조종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선 브런치에서도 설명드렸지만,
https://brunch.co.kr/@abe142bd3479496/5
공군사관학교에 떨어지고 나서 먼 길을 돌고 돌아 '항공 유학'을 통해 조종사가 된 케이스입니다. 저는 제 인생에 주어진 운명의 길을 따라 뚜벅뚜벅 걷고 걸어서 마침내 조종사의 꿈을 이뤄냈습니다.
다음 브런치에서는 제가 미국에서 비행 교육을 받은 교육 기관인 'Hillsboro Aero Academy'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왜 그 학교를 선택했는지와 그 학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