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결혼한 형, 좋은 병원에서 2년 차가 되어버린 친구, 가고 싶던 부서에 배치받아 행복해하는 친구. 그들과 함께 있자니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다들 자신의 인생을 막힘 없이 그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붓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나만 더 작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날 아프게 할 것 같았다. 어떻게 끝났을지 모를 술자리가 끝나고 나는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초라한 나 자신과 나의 삶을 말이다. 졸업 전까지만 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나에게 일어났다.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 원하던 일을 할 줄 알았으니 말이다. 왜 내 인생만 이렇게 꼬였을까? 세상을 원망하고 신을 증오하기도 해 봤다. 그 대상이 차라리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한 증오와 원망은 끝없이 커져만 간다. 그러다 넘쳐흘러 나만 아프게 했다. 그런데 말이다 인생이란 게 원래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불확실하고, 고난과 역경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러니 원망과 증오의 감정은 접어두자. 나에게 찾아온 예상치 못한 고난은 그저 남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러니 그저 찾아온 아픔에 흔들리자. 그것이 지나갈 때까지. 그리고 항상 염두해 두자. 언젠가 또 아픔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찾아와도 조금은 덜 아프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