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브로트와 카프카
카프카는 발터 벤야민, 알베르트 카뮈, 한나 아렌트, 보르헤스, 마르케스, 밀란쿤데라, 들뢰즈, 가타리 등 위대한 사유가들에게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이런 카프카도 그의 친구이자 작가였던 막스 브로트가 아니었으면 지금 같은 위치에 있지 못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카프카는 죽기 전 자신이 마무리 짓지 못한 작품을 불태우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그러나 막스 브로트는 그의 글을 수집, 편집, 출판했을 뿐 아니라 카프카의 삶과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많을 글을 남깁니다.
막스브로트의 열정과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카프카를 알 수 있었고 그에게 매료된 많은 사상가들이 카프카의 작품을 주제로하는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이 누군가의 앞선 이해를 기반으로 방향이 정해진다면 그 그림자도 깊게 드리우기 마련입니다. 막스 브로트의 카프카에 대한 엄청난 존경과 해석의 선발권은 오히려 카프카와 그의 글에 대한 굳어진 이미지를 창조하였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카프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
브로트는 카프카의 작품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카프카 전문가 편영수가 말하듯 “브로트는 처음부터 카프카 해석에 특정한 방향을 제시"했으며, "이 해석에서 카프카는 일종의 성인 혹은 유대교의 부흥자로 나타"납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카프카의 작품은 신의 은총을 체험하기 위한 종교적 투쟁의 표현"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입니다.
카프카를 이해는 방식에는 ’ 전기적‘, ’ 관료주의 비판‘도 큰 축을 차지합니다. 전기적으로 해석할 때 카프카 작품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해석으로 읽으면 거의 모든 작품의 주인공은 카프카 자신이며 억압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는 아버지의 짙은 그림자로 읽힙니다. 『변신』에서 갑충이 된 아들에게 사과를 던져 죽음으로 내몬 아버지의 잔혹한 권위를 보게 되고, 『성』을 읽으면 마을 곳곳에 뻗쳐 있는 권력의 힘에서 카프카의 내면까지 지배했던 아버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료주의 비판으로 읽게 되면『성』출신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을 촘촘히 통제하는 관리들이고, 마을 사람들은 관료 시스템에 삶이 지배되는 비주체적 인간들이 됩니다. 그들의 관계는 서류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평가됩니다. 사람들 사이의 일차적 관계는 희미해지고 서류의 권위가 그들의 삶을 무겁게 누르고 있습니다.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은 장편 대표작인 『실종자』, 『소송』, 『성』을 독해하는 주요한 방식 중 하나입니다.
근래에 와서는 기존의 ’ 신학적‘, ’ 전기적‘, ’ 관료주의 비판‘으로 읽기보다는 ’ 자유‘를 키워드로 이해하는 방식이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는 그의 책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에서 일부 사상가들이 “카프카를 키에르케고르, 니체, 신학자들과의 관계를 집요하게 검토하지만, 소설가나 시인들과의 관계는 알지 못하여 카프카를 미학의 영역으로부터 몰아낸다”며 카뮈, 들뢰즈, 가타리가 해석하는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지만 밀란 쿤테라. 카뮈, 들뢰즈, 가타리 모두 카프카의 작품을 “자유”를 키워드로 읽는 것은 공통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