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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Jun 04. 2022

브루노 베텔하임의 "옛이야기의 매력"


아동심리학자인 베텔하임은 옛이야기가 어린 시기의 혼란과 갈등을 극복하고 성장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회화되어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베텔하임은 그의 책 "옛이야기의 매력"에서 ‘헨젤과 그레텔’, ‘아기돼지 삼 형제’, ‘잭과 콩나무’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화를 정신분석학 이론과 관련지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겨보고, 형제자매간 경쟁을 하며, 절제 없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동이 통제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 부딪치면 이성적 토론이나 사회적 규범을 받아들이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아직은 논리적 토론이나 이성적 사유방식보다는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갈등이나 불안 상황을 옛이야기 내용과 유사화 시킵니다. 이야기의 간결한 구조와 편안한 인물들이 아이들의 억압된 무의식을 의식의 층위로 나오게 하는데 한결 쉽게 하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이 의식화되는 데는 아이들 특유의 사유방식인 상상과 환상의 방식이 작용합니다. 상상과 환상의 방식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옛이야기 속 인물과 동일화시키고 옛이야기의 내용처럼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갑니다.     

  

옛이야기를 읽으며 의식을 성장시키고 사회화되는 과정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핵심이론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구조와 동일합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한다는 것은 어린 시절 불안과 갈등을 극복(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갈등에서 느끼는 불안)하고 의식을 성장(아버지의 질서 - 사회의 질서- 를 습득하는 과정)시켜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신화나 종교 이야기는 옛이야기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옛이야기는 대개 신화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에 둘은 공통점이 많으나 신화에는 아이들이 현실과 연결할 평범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신화 속 주인공인 헤라클레스나 프로메테우스 같은 영웅은 누구나 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구를 잠시 들고 있거나 신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는 거대한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신화 속 인물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열등감만을 심어줄 수 있다고 봅니다.     

  

종교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스스로 깨우치게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종교 이야기는 대개가 죄를 뉘우치거나 고백하는 순간에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모든 요소는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행복한 삶이 주어지는 것으로 결말을 짓습니다. 내면적 갈등에 혼란스러워하고 스스로 불안의 요인과 대면하며 무의식적 억압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과정이 없습니다. 종교이야기는 불안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결여시키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인간을 만들 뿐이라고 합니다.      

 


또한 베텔하임은 아이들의 사회화에 도움이 되는 옛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개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현대화된 옛이야기는 단지 읽기용이거나 흥미나 정보를 주려고 개작한 것이기 때문에 자아 성숙과정을 경험하는 과정이 빠져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는 옛이야기를 원형 그대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에 나오는 옛이야기 중 우리에게 친숙한 ‘헨젤과 그레텔’의 예를 한번 보겠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리불안을 가진 어린이가 정서적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어두운 숲길에서 길을 찾아 집에 오고, 또다시 버려진 숲에서 마녀에게 잡힌 헨텔과 그레텔은 기지와 용기로 마녀를 처치하고 다시 집에 돌아옵니다. ‘헨젤과 그레텔’을 읽으며 아이들은 앞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면 부모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합니다. ⁽¹⁾


이는 오빠에게 의존증이 있는 어린 소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레텔은 처음에는 오빠 헨젤에 의존하던 여동생이었습니다. 그런 그레텔이 용기와 기지를 발휘하여 마녀를 물리치고 오빠를 구합니다.  의존적인 어린 소녀는 "헨젤과 그레텔"을 읽으며 타인에 기대는 의존성을 상상력의 힘으로 극복해나갑니다.       


베텔하임은 감수성,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 시기에 옛이야기를 읽으면 내적으로 성숙해 간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옛이야기가 아이들이 이성의 힘을 강화시키며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가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옛이야기의 매력" 상, 하권에 담겨 있는 옛이야기의 대부분은 이와 동일한 틀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베텔하임의 해석은 흥미롭지만 시대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형 생성되는(개작되는) 옛이야기의 속성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베텔하임이 자주 인용하는 ‘안데르센’이나 ‘그림형제’의 동화는 시공간과 대화하며 오랜 세월 변형되어오던 이야기를 근대 유럽(근대 민족 국가의 성립)의 시공간에 맞게 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베텔하임이 동화를 해석하며 사용한 프로이트 이론도 남성 질서가 지배했던 빅토리아 시대(영국 19세기-영국 제국주의의 황금시대)에 탄생한 이론입니다.


그림형제나 안데르센 동화의 원형인 근대 이전부터 전승되어오던 옛이야기나 현대에 애니메니션 영화로 새롭게 탄생하는 옛이야기가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개인적 의견으로 사족을 달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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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  (베텔하임은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의 집을 정신없이 먹는 것을 구순 욕구의 표현으로 보고 이를 저지하는 마녀를 엄마로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구순 욕구를 교육하려는 엄마를 아이들이 마녀로 상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마녀를 물리치고 보물을 집으로 가지고와 부모를 만나는 것을 부모가 자신들에게 준 교육이라는 보물 - 구순 욕구를 고치는 -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과정으로 봅니다.  


여기서 분리불안의 극복이란 단지 떨어져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기보다는 자기의 구순 욕구를 가로막는 엄마의 교육적 의도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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