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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Jul 21. 2024

삶과 나날들 – 5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왔다. 나희덕 시인의 시 “귀뚜라미”의 한 구절에 기대어 평을 해본다.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나희덕 시인의 ‘귀뚜라미’ 중에서)          


자본의 울림이 저 하늘을 찌르는 시대,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는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삶을 사는 사람임을 보여주고 있다. 발길에 눌려있는 노래가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타고 작은 화장실 청소 차량을 넘어 거대 도시 도쿄를 지나 우리에게로 실려온다.      


화장실 한편에 숨겨놓고 알 수 없는 사람과 주고받는 ox 놀이는 그의 삶의 노래가 어떻게 실려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삶의 노래에 접한 사람은 (동료의 애인이 테이프) 음악을 듣고 감사함을 표하고, (엄마 잃고 우는 아이가 엄마를 찾은 후) 손 인사를 전해주고, (가출한 조카가) 그의 일에 동참해 본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저녁 10시가 되어갔다. 차를 타고 다시 일터로 돌아오려면 1시간 조금 넘게 차를 몰아야 한다. 나도 ‘히라야마’처럼 나의 음악을 틀고 삶이 가진 천하나의 표정을 지으며 차를 몰았다.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 앞부분을 읽고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 디지털 독립영화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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