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압축된 사건을 만나고, 악몽을 시작한다.
3) 압축된 사건을 만나고, 악몽을 시작한다.
『빨리, 더 빨리. 칼을 쥔 손이 바빠서 목덜미가 뜨거워졌어. 갑자기 도마가 앞으로 밀렸어. 손가락을 벤 것, 식칼의 이가 나간 건 그 찰나야.』
남편의 재촉과 높은 언성에 아침을 준비하는 손놀림이 바빠졌다. 급하게 얼어붙은 고기를 쓸다 보니, 식칼은 이가 나갔고, 영혜는 손가락을 베개 된다. 허둥대며 아침을 준비하였고 남편은 준비된 불고기를 먹다가 입에서 칼 조각을 뱉어낸다. 남편은 소리친다. “그냥 삼켰으면 어쩔 뻔했어! 죽을 뻔했잖아!”.
삶의 압축된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부터 영혜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오싹하고 두려운 느낌의 피의 이미지를 반복하는 악몽이 강박적으로 반복된다. ‘받아들여 평범하게 된 세계’가 실제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영혜는 자신이 죽고 죽이는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핏빛 배어 있는 세계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죽인 사람이 난지, 아니면 살해된 쪽인지. 죽인 사람이 나라면, 내 손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혹 당신일까.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아니면, 당신이 날 죽였던가 ------”
“무엇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져. 내가 뭔가의 뒤편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손잡이가 없는 문 뒤에 갇힌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걸 이제야 갑자기 알게 된 걸까. 어두워. 모든 것이 캄캄하게 뭉개어져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