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채식주의자” - 2

2) 평범한 영혜의 어떤 징후 – 브래지어 착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by 유재석

2) 평범한 영혜의 어떤 징후 – 브래지어 착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한 가지 아내에게 남다르다고 할 만한 점이 있다면 브래지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영혜에게는 여느 사람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녀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래지어가 가슴을 조여와 입을 수 없다며 외출할 때도 조끼를 겹쳐 입는 것으로 브래지어를 대신한다. 이런 행동은 피 웅덩이 세계 밖으로 나가려는 징후로 볼 수 있다.


징후란 이상이 없는 것 같지만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흐릿하여 그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비집고 나와 두꺼운 층위로 솟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영혜의 행동은 이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맨몸으로 있는 것을 즐겨하며, 몽고반점 주위에 꽃을 그리자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고, 두 손으로 지구를 받치는 나무가 되려 물구나무서는 모습으로 나아간다.


물리면 죽여 잡아먹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 여타의 삶의 가치를 지워 버리는 공동체. 영혜는 타자를 짓이겨 올라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것을 거부한다.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것은 모든 음식을 거부하며 나무처럼 광합성으로 살아가려는 영혜의 작은 징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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