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채식주의자”-1

1) 남편이 영혜와 결혼한 이유 – 영혜의 평범함

by 유재석

1) 남편이 영혜와 결혼한 이유 – 영혜의 평범함


『내가 그녀와 결혼한 것은, 그녀에게 특별한 매력이 없는 것과 같이 특별한 단점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영혜를 만나는 것은 영혜가 세련되었거나 매혹적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개성 없고 단순한 옷차림, 모나지 않은 성격이 그를 편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하게 된다.


결혼 후 영혜는 아내의 역할을 무리 없이 해나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출근 배웅을 하고, 시간이 남으면 가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평범함’은 평범함이라는 자신의 본래적 성질을 가지고 시공간의 영향권 밖에서 존재해 왔던 것이 아니다. 평범함이란 시공간의 영향권 안에서 탄생한 어떤 특별한 상황이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모두가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평범함이 되는 것이다.


영혜가 공동체의 평범함에 내재되어 있는 핏빛 그물망 밖으로 걸어 나가자, 그녀는 집단이 발현하는 폭력적 힘과 논리체계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녀의 깊디깊은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그녀를 향한 눈빛, 내면화되어 있던 가부장적 권력, 순응을 강요하는 메커니즘의 민낯은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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