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벨 Apr 29. 2022

직장 내 괴롭힘, 지적의 여왕


 어느 날은 의자를 제대로 집어 넣으라고 했다.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을 피해 재택근무를 택했다.


자리에서  일어났고 의자가 다른 사람 통행에 불편을 초래할 만큼 나와있지 않았다. 그저 책상과 바짝 붙지 않았을 , 내가 보기에 의자는 제자리에 있었다.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하는 그녀로 인해 나는 직장 내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 화장실 실리콘의 오랜 곰팡이마저 내 탓으로 여길까 처음부터 모든 지적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었다. 매번 직장 근처 마트 화장실을 다녀오며 애써 웃어본다. 마트가 가까이있어 다행이라고.


오늘도 가방 속 비닐봉지에 비염으로 휴지가 가득, 다 마신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컵도 있다. 환경을 생각해서면 참 좋겠지만 화장실을 청소하는 그녀가 쓰레기통도 비운다.


쓰레기를 처음부터 가져올 생각은 아니었다.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다 마신 플라스틱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날, 행여나 지나가며 그 쓰레기통을 보고 뭐라고 할까 하루종일 그 쓰레기통을 수십 번 쳐다봤었다. 결국, 퇴근하기 전 내가 버린 쓰레기를 파란 쓰레기통에서 다시 꺼내 내 가방에 담았다.


 

딸과 사위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 마음


집에 와서  가방에 담긴 쓰레기를 다시 꺼낼 , 이상하게 친정 부모를 향한 죄스러움이 함께 딸려온다. 나를 귀하게 키운 부모님의 마음을 내가  망친 것만 같다. 내가 싹싹하게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통 비우기를 도맡아하면 달랐을까. 그랬다면 그녀는 화장실을  때마다 나를 지적했을테고 아마 나는 수시로 화장실 문을 열어 화장실 청결을 확인하는 강박을 가지게 되었을게다.




직장 내 괴롭힘 주동자를 평생 안 보면 좋으련만. 그녀는 나의 시어머니다. 어떤 이유와 선택이었어도 결국 아버님 병환으로 남편과 나는 어머님과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어야 했다. 그렇게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여기다.


출근하는 날엔 어김없이 한 가지 이상의 지적이 등에 꽂힌다. 물론 업무 외적으로 라이트 훅! 방심하면 어퍼 컷도 온다. tmi 로 직장에서 나는 시부모님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을 한다. 상사가 없다. 남편과 논의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아버님이 하시던 일을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해서 철저히 분업했다. 무적으로 나에게 지시를 내릴 수 없는 시어머니는 업무 외 일로 나를 지적하기로 결심하신 듯 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가끔 남편은 밤 드라이브로 풀어준다.


그렇게 지적의 여왕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지적마녀라고 부르고 싶다. 비염으로 코도 꽝 막혔는데 요즘 내 인생도 꽝 막혔다. 내일은 또 어떤 걸로 지적을 할까. 무례함에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을 열 번도 더 읽었는데 나는 아직도 멀었다. 코라도 뻥 뚫리면 좋겠다. 코 뻥!





+헤어지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날선 평가와 지적은 잠시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비방을 위한 공유는 사양하겠습니다. 아무런 평가 없이 그저 자유로워질 수 있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빠는 비범했다.(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