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his is not a bill

의료보험 혜택 설명서

by Lime Eden

미국에 와서 새롭게 안 사실 중 하나가 여기는 여전히 종이를 좋아한다. 다시 말해 신용카드보다 현금이 많이 유통되고 종이 수표, 즉 체크도 많이 사용되고 손편지도 많이 쓴다.. 미국 집은 많은 집들이 개인 주택이라 집집마다 번지수가 적힌 우편함이 집 앞에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매일 배송되는 우편물이 말 그대로 한 움큼이다

각종 광고지부터 , 쿠폰북, 전기료 고지서, 가스비,

town에서 보낸 안내문, 아이들 학교에서 오는 우편물

각종 보험회사, 카드사에서 오는 광고들 , 수두룩하다. 매일 우편함을 열고 비우지 않으면 일주일이면 가득

찰 것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땐 도통 영어라 읽고 확인도 어렵고 하나하나 이 편지가 어디서 온 거야 확인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려 매번 숙제 같았지만 이제는 봉투만 봐도 이건 그냥 광고, 쓰레기통으로 직행! 하고 좀 걸러진다. 그런데 우편물을 잘 보고 버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체크, 종이 수표가 배송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참 코비드로 경제가 어려울 때 미국도 정확히 말하면 주정부에서 팬데믹 지원금을 많이 수표로 보내 주었다. 말 그대로 종이이지만 수표이기에 은행에 입금하면 바로 내 계좌로 돈이 들어왔다. 이 종이 수표, 체크를 여러 기관, 때로는 town에서 재산세나 학교 택스 중 일부를 환급해 주는 경우도 있고 , 의료비나 각종 고지서 요금을 더 많이 냈을 때는 환급금을 집집마다 체크를 보내 주기도 하기에 가끔 우편물을 통해.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

또, 매월 받는 우편물 중에 하나가 의료보험 회사에서 보내는 의료보험 혜택설명서이다


Explanation of Benefits.이라고 다시 쉽게 말하면 의료비가 이만큼 청구되었는데 거기서 우리 보험회사가 이만큼 커버했고 당신이 낼 액수, responsibility 가 이만큼입니다 라는 설명서다.

미국에 우스운 이야기로 bill 내다가 빌빌 거리고 죽는다 라는 말이 있다. 워낙 생활비가 비싸다 보니 , 집 모기지빌, 전기 빌, 가스빌, 자동차보험빌, 각종 bill 내다보면 힘들어 우리말로 빌빌거리다 비싼 의료비에 죽는다고들 한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좀 오래된 거지만 2024 년 3/11-5/22까지 청구된

의료비 고지서를 두고 설명해 보려 한다

이 기간 동안 청구된 총의료비는 $170,620라는 것이다. 방금 네이버 환율 계산기로 환산해 보고 나도 놀랐다. 2억 5147만 6818원이다. 3/11-5/22 두 달간 청구된 의료비가 2억 5천이 넘는단다. 어이가 없다.

다음 total amount paid by plan , 그러니까 의료보험회사에서 청구한 병원과 협상하여 낸 돈이 $55,570.39 환산해 보니 8190만 4623원이다. 결론적으로

Your financial responsibility 그러니까 본인부담금이 다행히 $0이다.


미국은 저소득인 경우 우리나라 의료보호 혜택자와 같이 medicade라고 해서 저소득층 무료보험이 있다.

다만 매해 수입이 있는지 숨겨 놓은 재산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한다. 그 외에 직장이 있거나 재산이 있는 경우 에는 반드시 직장 보험이나 개인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어야 이같이 보험회사에서 의료비를 청구하는 병원과 협상을 해 깎고 깎아 최소 금액으로 만들고 그 또한 plan coverage로 치료비를 내주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내가 일하는 병원은 병원 직원과 그의 기족 dependents는 모두 커버가 돼서 본인이 내야 할 본인부담금이 0원인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일부 10% 나 20% 나 본인 부담금이 있다면 위에 8190만 원의

10% 또는 20% 그러니까 거의 천만 원가량은 할부로 장기간 걸쳐 서라도 돈을 완불해야 한다. 말이 천만 원이지 , 사실 매달 생활비도 감당이 버거운 게 미국 현실이다. 그러니 갑작스럽게 저런 의료비 부담이 생기면 큰 빚이 계속 쌓이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병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모든 병원비가 거의 커버가 된다.

다만 여기도 외래 전문의 진료를 볼 때는 특수진료비로 본인부담금이 $20-$40 정도 있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로 아픈 환자를 돌보는 일이 정말로 쉽지 않다.

괜히 영어가 빨리빨리 안 나온다고 짜증 내는 환자도 있고 그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싫어하는 환자도 동료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 설명서를 보면 어찌 내가 불평하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힘들 때 다시 This is not a bill 편지를 다시 꺼내 본다.

다시 힘내서 일해야지 오늘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