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레 나의 삶을 마주하기

Part 8: 가장 좋은 기억

by 바람꽃

"어렸을 적 가장 좋은 기억은 뭐니?"누군가 나에게 물어보면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밤에 잘 때 엄마 손 잡고 자던 거. 엄마 손을 잡고 있다 보면 엄마의 맥박이 느껴져. 그러면 너무나 편안해졌던 기억이 나."

"학교 다녀와서 "딩동~"벨을 누르면 다다다다 뛰어나오는 엄마의 발소리. 그 소리가 좋아서 난 열쇠를 일부 러 안 가지고 다녔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멋진 곳에 놀러 가고 근사한 곳에서 외식하는 것들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엄마 아빠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때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잠들기 전 내 팔베개를 베고 꼬물대는 둘째에게 물었습니다.

"언제 엄마가 가장 좋아?"

마음속으로 아들의 대답을 상상해봤습니다. '헬로카봇 사줄 때? 아수크림 (아이스크림을 여전히 아수크림이라 발음하는 만 4세 남자애입니다) 사줄 때?'


"엄마가 나 여기 (겨드랑이 밑) 잡고 붕 들어줄 때. 그때가 가장 좋아."

그렇구나... 내 양손으로 자기 몸을 잡고 안아줄 때, 그때를 가장 좋아하는구나...


아이들은 늘 같은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저 멀리 호주까지 가서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코알라, 캥거루 다 보여주고 세상 멋진 바다 구경 다 시켜주고 나서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니? 물으면 "엄마 아빠랑 놀이터에서 논거"라고 말합니다. 일정 사이에 시간이 붕 떠 허름한 놀이터에 잠깐 머물르며 엄마 아빠랑 놀았던 그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합니다.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생각해봅니다. 시간이 흘러도 소중하게 남는 기억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진심으로 해준 말 한마디였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선물해 줘야만, 화려한 이벤트를 마련해야만, 나중에 큰 거 한방을 해주겠다는 마음은 그냥 내 계획이고 내 만족인 듯합니다. 지금 주어진 시간을 흘려보내는 내 핑계였나 봅니다. 나 역시도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고 싶은 건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전해지는 그들의 관심과 돌봄, 사랑이니까요.


식사 준비하는 엄마 졸졸 따라다니던 내게 "내 보석 같은 딸. 엄마한테 어떻게 이런 귀한 딸을 주셨지?" 말하며 환히 웃던 엄마의 얼굴.

전화기에 아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아무 걱정하지 마라. 니 뒤에는 항상 아비가 있다."라 말씀해주셨던 아빠.

잠옷 바람으로 머리도 헝클어진 채 아침 준비하는 내 뒤에서 "내 아내, 참 예쁘다..."라며 꼬옥 안아주는 남편.

입술 툭 내밀고 뭔가 열심히 만들더니만 "엄마~ 여기~"하며 "엄마 사랑해요. 축복해요."라 쓴 카드를 건네주는 애들.

"그냥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하늘이 참 예쁘니가 너 생각난다. 잘 지내지?" 안부 물어주는 친구.


너무 거창한 것들에 정신을 빼앗겨 '지금 여기'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아직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당신이 있어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카톡을 보내봅니다. 내일 아침에는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따사한 얼굴로 긴 베개 안고 걸어 나오는 애들을 꼭 안아줄 겁니다. 겨울 코트 꺼내 입기 전까지 친구들한테 안부전화 한통씩 걸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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