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레 나의 삶을 마주하기

Part 4: 30살 생일날의 특별한 대화

by 바람꽃

30번째 생일날 아침입니다. 한국에서 걸려온 울 엄마의 전화. "생일 진심으로 축하한다. 보석 같은 내 딸! 그런데 내 딸이 서른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언제 짝을 만나려나..." 가정이라는 울타리 없이 30대로 접어든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차고 넘치게 전해졌던 통화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뭔가 뒤쳐지는 느낌. 궤도에서 벗어난 느낌. 하자 있는 느낌. 그렇게 학교로 갔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나이를 물어보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런데 그 날, 한 교수님이 제게 나이를 물었습니다. "I turned into 30 in Korean age. 29 in American age." (언제나 그랬듯이 한국 나이와 미국나이의 차이를 또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교수님은 깜짝 놀라시면서 "와우, 넌 그럼 30살에 박사가 되는 거야? 정말 대단한데? 넌 두 번의 인생을 살 수 있어. 지금 이 분야로 50까지 살고. 50부터 새로운 영역을 또 시작하는 거야. 정말 대단하다!"


그 날 제가 받은 신선한 충격은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난 분명 같은 사람인데 한국 문맥 안에서와 미국 문맥 안에서는 완전히 다른 인생으로 해석이 되어버렸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엄마와 교수님 시각에서 오늘 차이이긴 하지만요. 오전에 엄마와 통화할 때 나는 30살이 되도록 남편과 자식 없이 혼자 공부랑 일만 하며 살아가는 불쌍하고 짠한 딸이었고. 오후에 교수님과 이야기할 때에는 이제 30살도 안된 능력 있는 프로페셔널이었습니다.


나의 삶을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바라보며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삶의 이야기가 쓰일 수 있구나... 과거의 삶에 대한 해석뿐 아니라 현재의 나의 발걸음을 결정하고, 그래서 나의 미래의 이야기까지 바꿀 수 있겠구나... 여전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움츠러듭니다. 움츠러듦의 주된 요인은 결국 비교더군요. 자녀양육을 우선순위에 놓는 결정을 내린 나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타고난 건강을 지닌 사람들보다 난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비교는 끝도 없지요. 이렇게 나의 삶에 대해 부정적이 될 때마다 마침표를 찍으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다른 시각에서 나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30살 생일날을 떠올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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