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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Nov 20. 2019

육아일기로 시작하는 엄마의 글쓰기

1. 그토록 기다린 임신인데 불행하다




2013년 3월 6일,  그토록 기다린 임신인데 불행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나는 지금 불행하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린 임신인데, 불행하다. 뱃속의 아이가 아프다고 한다.     



   빅3중 하나라고 불리는 큰 병원에서 아이가 금방 잘못될 것처럼 말한다. 화가 나서 나와 버렸다. 지푸라기라도 매달리는 심정으로 오늘은 다른 병원에 다녀왔고, 다행히 선생님은 지켜보자고 하신다.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안 듣는 것만으로 너무 위로가 됐다. 참 웃긴 게 뱃속의 아이가 잘못될까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눈이 의식이 된다. 다들 나를 불행한 여자라고 생각할까? 이 일 전까지 난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보통 사람이었는데. 무슨 허세인지 뱃속 아이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는 톨스토이의 저 문장을 떠올렸다. 내가 불행한 여자의 표본이라도 된다는 듯이. 그리고 연이어 드는 생각. 왜 하필이면 나야.    



   어쨌든 우리 둘 다 4개월을 버텨야 한다. 넌 뱃속에서 호흡하기 힘든 상황을 4개월씩이나 버텨야 하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건 ‘힘내’라는 말 뿐. 고통의 경중을 굳이 달아보자면 비교할 수도 없이 네가 더 무거운 상황. 그래도 누군가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답니다’ 라고 말해주어 그 말에 모든 운을 걸고 싶어 졌다.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뱃속의 나의 아이야. 세상에 태어나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라고 태명을 참빛이라고 지었는데, 그냥 튼튼이라고 지어줄걸. 이제 별게 다 후회가 된다. 신혼을 즐긴다고 임신을 미루던 것도, 좋은 음식을 좀 챙겨먹을 걸 밖에서 외식이나 하고 다닌 던 일도 후회되고. 제일 후회되는 건 도대체 왜 태아 보험을 안 들었는지 앞으로의 병원비가 염려되는 일. 엄마가 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 나란 여자. 두려움과 죄책감이 엄습해오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생사를 오가며 뱃속에서 버텨주는 고마운 너에게 아직은 부끄러운 엄마이면 안 되니까.     



   오늘은 네 뱃속에 있던 복수를 빼고 왔어. 한동안은 네가 지내기 훨씬 편해질 거라 해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최대한 빨리 회사 일도 마무리하고 휴직계를 내려고 해. 남들이 말하는 준비된 엄마로서는 기준 미달이지만, 최소한 너를 포기하지는 않을게. 3억 개의 정자중 하나가 난자와 만나 수정이 된 너란 기적. 엄마 아빠를 만나려고 그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와준 것도 고맙고 힘들지만 뱃속에서 하루하루 버텨주는 것도 정말 고맙다. 무사히 나오기만 해줘, 엄마가...정말 정말 잘할게!     

  


<엄마의 글쓰기>

저는 임신 중반에 태아의 폐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슬픔에 빠질 여유도 없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제 생애 가장 강하게 살던 때였죠. 

당신은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정말 기다리던 임신이었다면 그 기쁜 마음을, 

의도치 않은 임신이라 당황했더라도 그 마음을 솔직하게 글로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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