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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Nov 22. 2019

너와 단 둘이 첫 여행



나에겐 로망이 있다.

아이와 일 년에 한 달씩 타지에서 살아보기라는.

안타깝게도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현실 불가능해 보인다. 유일한 위안은 연말에 일주일가까이 쉴 수 있는 시간. 그래서 한 달에서 일주일로 대폭 궤도를 수정했다.

 올해는 그 첫 시도로 부산을 선택했다. 숙소와 항공권을 예약하고 나니 짐 꾸리기부터 걱정이다. 나야 입었던 옷 또 입어도 되지만 아이의 여벌옷은 얼마나 넉넉하게 챙겨야할지,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몇 개나 챙겨야 할지 고민하다 주섬주섬 다 넣었다. 남편이 그게 이민이지 여행이냐며 핀잔을 준다. 아이를 낳기 전 뚜벅이로 오랫동안 지내서 짐을 바리바리 싸지 않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아이의 짐은 가벼워지질 않는다. ‘불편한 건 대충 감수하지’라는 내 여행 기준을 아이에게까지 강요하기가 힘들다.       


  아이에겐 대망의 첫 비행이다. 비행기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내가 비행기를 타다니’라며 자못 감격한 듯이 말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흐뭇하게 웃었다. 아이들과 비행을 하는 엄마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핫 키워드는 귀 아픔 방지책. 어른처럼 침을 잘 삼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사탕과 주스다. 나도 아이를 위해 간식거리를 잔뜩 들고 탔다. 문제는 이륙 전부터 하도 사탕과 젤리를 먹였더니 정작 귀가 아프다며 소리 지르는 시점에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 침을 삼켜봐. 물을 마셔봐. 이런 소리 해봐야 처음 당해보는 고통과 당혹스러움을 아이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간단한 것도 꼭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미련퉁이 엄마 같으니. 다음부터는 꼭 비행기가 한참 날고 나서 사탕을 줘야지. 내 혼을 빼앗은 약 50여 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김해 공항에 도착. 택시를 타고 바로 해운대로 향한다.     



  내 아이는 많이 예민한 편이다.

병원 생활을 오래 겪어서인지 촉각에 무척 예민해서 피부에 닿는 불편한 감촉을 잘 참지 못한다. 모래의 느낌이 이상했던지 놀이터의 모래밭에서 엉거주춤 서 있다가 나오곤 했다. 그 아이가 지금 해운대의 모래사장 한 가운데 서있다. 아이는 바다를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무릎을 굽히고 고운 모래를 만져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모래사장에 드러눕는다. 깜짝 놀라서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니 아이는 나를 보고 웃고 있다. 한 겨울에 모래사장에 드러누운 아이와 그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나를 사람들이 쳐다보며 지나간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모래사장에서 몇 시간을 놀았다. 추우면 커피숍에 들어가 핫 초코를 둘이 나눠 마시고 몸이 따뜻해지면 다시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여행 계획도 짜지 않았다. 아이가 지겨워할 때까지 바닷가에서 놀아야겠다, 딱 그 한 가지뿐. 날이 어둑어둑해져서야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아본다. 저녁먹이고 숙소에서 아이를 씻기고 책을 읽히고 인형놀이를 좀 해주다가 같이 잠들겠지. 여행길에선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조차 특별하다. 새로운 곳에서의 낯선 감정이 일상의 익숙함과 만나는 지점이 내가 바라는 여행이다. 내일도 계획은 없다. 오랫동안 모래놀이를 하고 아이가 지겨워하면 수족관에 갈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글쓰기>


혹시나 여행하다 아프기라도 할까봐 저는 아이와의 여행을 그렇게도 망설였네요. 전 올해 아이와의 세번째 여행을 계획중입니다.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아직 시도도 못한 일이 있으세요?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은 일을 써보세요. 글은 말보다 힘이 쎕니다. 적어두면 분명 몸이 움직여지는 때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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