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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May 29. 2020

간결한 삶

다정한 일기   by 은결

안녕하세요 혜진님 :)


혜진님의 글을 읽고, 죽음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가까운 사람의 죽음 통해, 우리는 삶의 유한함을 또 한번 더 느끼고 다시 삶에 더 충실하자, 다짐할 수 있겠죠? 제가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지금 곁에 있는 엄마에게 더 잘 하자 느낀 것 처럼.


유한한 삶인데 왜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게 되는지.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삶은 무엇인지 늘 고민했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 얘길 조금 해보려고 해요.




성당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종교가 가톨릭이에요) 성서모임에서 어떤 언니를 알게 되었어요. 이 세상 사람 같이 않은 사람이었죠. 선했어요. 얼굴, 눈빛 등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나오는 선함을 행동이 증명해주는 언니였죠. 성서 연수 봉사 모임이었는데 궂은 일은 거의 언니가 도맡아 했어요. 언니와 얼떨결에 친해진 나도 얼떨결에 언니를 따라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그 시기를 보내며 그 언니에게 저는 많은 걸 배웠어요. 인간다운 인간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해야하나, 내 자신만 아는 좁은 시야에서 조금은 시야기 확장되었다고 해야하나.


성서봉사모임 마지막에 마니또끼리 선물 주고받기를 했는데, 세상에 그 언니가 저의 마니또였던 거에요. 언니에게 노트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 안에 성경 묵상, 책의 좋은 글귀들과 함께 언니의 편지(일기)가 적혀있더라구요. 그 노트를 통해 저는 소박한 삶, 단순한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됐어요. 요즘 '미니멀라이프'라 칭하는 것의 본질적인 목적을 저는 그 언니를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된거에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도 그때 알게됐구요. 독서영역이 확장과 더불어 제 자신의 확장이었죠.


언니의 노트 안에 글귀 한부분이에요. 글씨체도 너무 이쁘지요?


그 후 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통해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어요. 자급자족의 삶,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다고 해야하나. [저 책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스콧 니어링 자서전도 봤었는데, 스스로 음식을 줄여 죽음을 결정한(그것도 100세 넘어서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스콧니어링에게 완전 빠졌었어요. 정말 대단한 니어링부부! 혹시 읽지 않으셨다면 추천합니다.]


간소하고 질서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을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 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자료를 모고 체계를 세울 것. 연구에 온 힘을 쏟고 방향성을 지킬 것.
쓰고 강연하며 가르칠 것. 계급투쟁 운동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p.28, 스코트의 좌우명>





하지만 늘 책에서 배운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존재하는 법. 그 괴리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따라 성장 정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늘 실천(행동)이 부족했어요. 아주 조금씩 바뀌고는 있었지만 머리의 속도를 행동이 너무 늦게 따라갔죠. 그 후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행동을 하다보면 깨달음을 얻는, 정리(버리기)를 일단 시작하면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되는 삶의 방식?


그때부터 저는 저를 행동하게 만드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게 되었죠. 단순한 삶, 간결한 삶, 소박한 삶은 언제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 미니멀라이프 실행 단계를 말하라면 1단계 마무리 같은 느낌? 큰 것들은 비워냈지만 짜잘한 욕심은 비워내지 못했죠. 집도 제 자신도 정체기입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만 가지고 있다면 언젠간 도달한다고 생각하고 나를 채근하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아니다 싶으면 또 시행하면 되는거구요.





아, 아니구나. 이제는 좀 당근과 채찍을 준비해야할 시점이네요.;;

요즘 갑자기 사고 싶은게 늘었거든요. 자전거 캐리어를 주문하려고 할 시점부터, 가볍고 쓰기좋은 카메라, 무선 이어폰, 전동킥보드, 등등 갖고 싶은게 많아졌습니다. 애들이 요구하는 것도 많아졌구요. 애들이 뭔가를 요구할때마다 제가 정신무장을 하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곤합니다.


지금은 정신이 좀 헤이해졌네요.

너무 관련 책을 안읽은지 오래된것 같아요.

오늘부터 다시 독서를 시작해야겠어요. 쇼핑을 미루는 게으름도 발동시키구요. 2단계 돌입!

저의 일상도, 혜진님의 일상도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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