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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May 26. 2020

지금, 여기를 산다는 것

다정한 일기 by 혜진




은결님, 지난번 편지에서 알려주신 책들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에 화면을 캡처해두었답니다.

특히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의 이 문장을 읽다가 조금 울컥했습니다.


“모든 가족들은 조금씩 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인간이 약간씩 정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가족은 우리에게 얼마 안 남은 진정한 피신처 중 하나입니다.”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엄마에 대한 이 양가감정 - 정말 고맙지만, 잘 맞지는 않는 – 이, 비정상이 아니란 사실에 조금 안도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내가 기대고 싶고 마지막 보루처럼 찾고 싶은 진정한 피신처라는 말에도 깊은 공감을 했고요.





은결님의 할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심리적인 지지대’에 대해 며칠 동안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친구 J를 떠올렸어요. J는 지금 하늘나라에 있는 친구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오랜 기간 친구였던 J. 유사 백혈병으로  고생했는데, 무리하게 수술을 받다가 그만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곧 수술을 받을 거라고, 보러 오라고 J가 연락을 했는데, 전 그때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여기저기 입사 지원서를 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정신이 없었다기보다, 서류전형에서도 매번 광탈하니 ‘멘탈이 털렸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네요.


그래, 며칠 후에 보러 갈게

 

짧게 문자를 보냈는데,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될지 몰랐어요. 가장 친한 친구를 그렇게 허망하게 보냈다는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그때 잠깐이라도 다녀왔으면 좋았을 걸. 얼굴이라도 보고 왔으면 좋았을 걸.’



“바로 지금이 선택해야 할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만이 우리가 그 존재를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당신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비본질적인 것들에 파묻혀 정말로 즐겁게 사는 것을 잊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은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 오프라 윈프리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자꾸 내 할 일에 묻혀 아이를 밀어내지 않기, 아이가 올 땐 힘껏 안아주기



문득 놀아달라고 매달린 아이를 밀어내려다가 ‘내가 뭐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해요. 그땐 아이를 힘껏 안아줍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쉬 잠들지 못할 때, ‘일단은 푹 자자’고 저 자신을 달랠 수 있게 됐어요.     


너무 앞서 나가 바쁘거나 미리 걱정하지 말 것.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할 것. 중요한 일을 미루지 말고 바로 할 것. 매일매일을 충실하게, 있는 힘껏 살아낼 것.



미처 꽃 피우지 못한 짧은 생을 살았던 친구 J. 그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집중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J는 저의 지지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저희 엄마에게 갖는 양가감정만큼이나, J를 향한 제 마음도 그렇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어 고마운, 그러나 여전히 미안하고 두려운 마음.






은결님, 할머니가 말기 암 판정을 받으시고 저희 집에서 몇 개월을 계신 적이 있어요.

자꾸 당신 신발을 창 밖으로 던지니 엄마가 이상해서 물으셨대요.


“대체 왜 신발을 밖에 던지시는 거예요?”


“…….. 저 사람이 나를 자꾸 부른다.”


그 분이 오시기 전에 우리들은 매일 후회함 없이 사는 걸로요 - (나름 납량특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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