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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Jul 07. 2020

BC를 겪고 AC를 맞이하는 마음

다정한 일기 BY 혜진


은결님, 전 지난 주말의 첫 줌 강의를 마치고 살짝 소강상태에 있어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엄청 수렴해놔야 조금 발산이 가능한 사람이라, '아 나는 자주 강의를 할 순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네요.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첫 시도를 한 것이 무척 기쁘고, 어설픈 첫 시도에도 크게 리액션 해 주신 분들이 너무 감사하고. 무엇보다 '줌'이라는  아이를 잘 써먹은 것이 무척 뿌듯한 거예요. 소규모 모임은 줌을 잘 활용해야겠다며, 지금도 줌의 추가 기능들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은결님이 글 중간중간에 해주는 책 이야기들이 무척 좋네요. 우리의 글은 독서 일기와 교환 일기 그 어디쯤 인 것 같아요. '기록의 쓸모'라는 책도 언급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무척 궁금한 책 중의 하나예요. 기록 광까지는 아니지만, 저도 다이어리에 수시로 무언가를 적어두는 거 좋아하거든요.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서 쓰고 있는 다이어리들을 쭉 훑어보다가, 멈칫한 순간이 있었어요.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참 많이도 (ㅎㅎ) 강연 들으러 다니고, 잡다한 메모를 해놨더라고요. 그땐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으면서 무작정 적어 두었는데, 지금 보니 아! 싶은 것들이 있는 거예요. 그러다 순간 '이땐 마스크 없이도 강연회를 갈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마스크 없이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었고, 3월이 되면 8살 딸아이가 당연히 학교에 입학할 것이라 생각했고, 올 여름이 되면 가족들과 해외 어디라도 가볼까 생각하고 있었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 버린 이 상황들.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코로나를 겪으면서 가장 놀랐던 건, 재택근무가 이렇게 빨리 정착될 수 있구나 했던 점이었어요.

이건 저희 회사 이야기이기도 한데, 느리고 융통성 없기로 유명한 일본 기업, 게다가 정보통신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전통적 (사양) 산업에 위치한 회사인데도, 금방 이 상황에 적응을 하더라고요.


처음엔 '재택근무라니 그게 될 턱이 있나'라고 반응했던 직원들도,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 안 쓰니 좋다'라며 나중엔 환영하는 분위기. 한 달 정도 하다가 금방 회사로 돌아오겠지 했던 것이 벌써 5개월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네요. IT 관련 업계의 회사라면 이 참에 근무 형태를 아주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서 할 일을 싹 마친 후, 아이 깨워서 밥 먹이고 EBS 영상을 틀어주면서 전 회사 업무를 해요. 중간중간 아이가 뭘 물어보러 오면 알려주고, 전 계속 근무 모드. 짬이 나면 숙제하는 거 좀 봐주고, 같이 점심 먹고. 오후엔 어머니가 잠깐 아이 봐주러 오셔서 전 방으로 들어가서 회사 업무 집중. 5시 50분에 업무 마치고 거실로 퇴근.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 단점이라면 살이 쪘다는 것과 (ㅋㅋ) 통근 시간이 없어져서 책 읽을 짬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만약 재택근무가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는다면 굳이 직주근접 따져가며 이사할 필요도 없겠구나-라는 희망 회로도 막 돌려보고요,





은결님이 글쓰기 모임을 해보고 싶단 글을 쓰셨던데 전 '적극 해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코로나 이후엔 사람들과 대면해서 갖는 모임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이 추세는 유지되지 싶어요. 그래서 전 온라인 모임, 적극적으로 해보시는 것도 좋지 싶어요. 우리가 대면해서 사람을 만났다고 그 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듯, 온라인으로 만난다고 해서 '얕은 만남'이라 치부할 수 없으니까요. 온라인이라도 마음을 나누면 충분히 깊어질 수 있다고 봐요. 다만 시공간의 경계가 없는 SNS상에서 피로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맺고 끊음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은 필요하겠죠.



코로나 이후로 '온라인 교류'는 훨씬 더 커질 거라 보기에 전 온라인 모임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 여러 구상중이에요. (피로하지 않을 만큼. ㅋㅋ 우리 INFJ성향의 사람들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으면 안 되니까요)



뜨거운 여름이 왔는데도 코로나가 완전히 소강되지 않고 꾸준히 확진자를 발생시키는 상황을 보며, 가을이 오면 한번 더 대유행이 올지도 모르겠단 두려움이 드네요. 가을엔 제대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예전처럼 당연하게 학교 가기가 힘들어질 거란 생각이 들고요. 여느 기업이 그렇듯 코로나 이후로 회사 매출도 잠기고 있는 상태인데, 회사 입장에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터, 일터에서의 내 자리, 아이 학교, 학원 등등의 모든 일상들이 서서히 해체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과 두려움에 앞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조금 더 비장해지는 마음입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될 사회.

온라인으로 더 많은 관계를 맺을 사회.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요즘 두렵고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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