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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Aug 14. 2020

9월이 오면

다정한 일기 by 은결

혜진님:)

윤종신의 9월이란 노래 들어보셨어요?

저는 9월이란 노래를 들으면 막 개강해서 학교를 올라가던 때가 생각이 나요. 낮은 덥고 저녁은 몸에 딱 맞는 알맞은 온도가 되던, 여름과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설렘이 묻은 공기가 만연하던 9월요.


저는 대학교 안에 있던 나를 좋아했어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그래서 많이 사랑받았던 시절. 외롭다고 생각했지만 외롭지 않았던 시절. 혜진님이 학교, 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니 바로 그때가 떠올랐어요. 9월이라는 노래와 함께. 아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라서 더 그렇겠죠? 알맞게 미화되어 내 안에 자리 잡은 시간.




그때의 저는 참 어렸어요. 이미 고등학교 때 다른 사람보다 한 차례 성숙했다고 믿은 저는 모든 게 회의적이었죠.  하지만 그런 저를 참아주고 보듬어주는 동아리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스스로 느껴질 만큼 확실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대학 졸업을 하고 난 후였지만, 되돌아보면 변화는 역시 천천히 내 안에 스며들었던 거죠.


제가 들어간 동아라는 <신문 사설 연구회>라는 동아리였어요. '같이가 가치가 되는, 신문 사설 연구회'라는 구호에 반했지요. 윗대 선배들은 실제로 학생운동을 했었고요. 우리 때는 사회에 대해 '비난이 아닌 비판'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게 함께 공부하고 얘기를 나누는 정도였어요. 민중가요도 배웠고요.


참 어렸고 회의적이었다는 것에 짐작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 많은 것에 시큰둥했어요. 환경이 매력적이었지만, 그래서 뭐?라는 마음이 강했죠. 태도가 불량했어요.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런 불량함이었죠. 어린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 눈엔 보이잖아요. 저 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교만함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걸 다 알면서도 나를 보듬어준 선배들과 동기들한테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런 나라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 곳이랄까요?


그곳에서 많은걸 했는데, 많은 것에 성실하지 못했던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워요. 그때 선배들한테 더 열심히 배울 걸. 그때 도서관에서 더 열심히 책을 읽을걸... 내 존재를 그렇게 증명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들은 지금이라도 잘하자!로 돌아오게 돼요. 그때의 나는 그때의 나로 묻어두고, 지금이라도 현재에 충실하자고. 내게 주어진 은총을 충분히 누리자고.




혜진님께 상의해서 결정한 방송대 3학년 2학기를 이번에 다시 시작하게 돼요. 2011년에 들어갔으니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죠. 일본어를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고, 번역도 하고 싶단 생각에 선택한 방송대였으나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부족한 워킹맘이 공부를 이어가기란 정말 힘들더군요. 그래서 이젠 그만 방송대 일본학과에 대한 욕심은 놓을까 하던 차에, 혜진님게 용기를 받은 거죠. 아니 확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1학년부터 차근차근 해왔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단호함? ^---^;


그래서 다시 즐겁게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답니다. 지금 다시 시작하는 일본어가 내게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지 모르겠지만, 9월부터 시작되는 공부가 제게 좋은 기운을 주는 건 확실해요! 한동안 9월이 되어도 윤종신의 9월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젠 9월의 노래와 함께 설렘이 같이 돌아왔으니까요.


그동안 일하느라 참여수업은 하나도 하질 못했는데 이번엔 제대로 공부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모르는 건 혜진님께 많이 물어볼게요 ^^; 이번 방송대에서도,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까지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40살에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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