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브런치

(feat. 밤이나 낮이나)

by 지음


안녕하세요? 지음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매일 드나들었던 제 브런치인데도, 마치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에게 느끼는 어색하고 미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동안 브런치는 내려놓고 어그러져있던 일상을 돌보며 바쁘게 지냈어요.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일상 덕분에 컨텐츠의 방향성도 고민할 수 있었고, 새벽을 다시 깨우며 이렇게 2022년 첫 글을 쓰네요.


2021년에 처음으로 운영했던 블로그와 브런치는 그저 책을 읽고 기록하고 싶은 마음으로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내는 미약한 소리에 반응해 주시는 이웃들이 있다는 놀라움과 설렘으로 재밌게 운영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웃들과 소통하는 기쁨 자체는 컸지만 정작 제가 브런치를 운영하는 이유와 목표는 흐릿해져 갔습니다. 당연히 블로그나 브런치만의 문제가 아니었지요. 제 삶의 어느 한 축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해 왔음에도 눈앞에 박사 과정 지원을 앞두고는, 진로를 바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변리사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계속 붙들고 싶은 저의 초라한 모습도 마주해야 했습니다. 17년간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심리상담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그만큼의 커리어를 이 늦은 나이에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 왠지 억울하기도 했고요. 이런 복잡하고 유치한 저의 마음 상태로는 글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제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즈음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자의 숙명은 자기를 계속 돌아보아야 하는 것인데, 짙게 드리운 제 그림자를 마주하는 일은 때론 끔찍하게 싫었습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그럼에도 상담을 받으며 그동안 소외시켜왔던 제 그림자가 어느덧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아직도 그 그림자는 엄마의 인정과 사랑에 목말라 있었답니다. 저는 이제 다 큰 어른인데 말입니다. 아직도 이런 모습이란 말인가, 아직도. 43살이라는 나이의 무게와 제 자신에게 느끼는 한심한 감정은 저를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러면서 제 안의 빛도 마주했어요. 저라는 사람은 그림자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제 안에 반짝이는 빛도 여전하다는 걸 다시 발견했어요. 머리로는 늘 알고 있는 사실을 가슴으로 깨닫는 순간은 늘 새롭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하나님이 함께하셨어요. 작년 가을의 어느 날 문득 나 혼자인 것 같은 사무치는 외로움에 새벽을 걸을 때 그분은 제 옆에서 함께 걸어주셨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도, 친구들도 언제나처럼 저와 함께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들을 소외시켰음에도 내가 소외 당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힘이 생기니 한구석으로 밀쳐 놓았던 헝클어진 제 삶의 부분을 똑바로 마주하고 가꾸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그 가꿈은 진행 중입니다. 올해 블로그나 브런치를 어떻게 운영할까,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3월부터는 우여곡절 끝에 박사 과정에 진학하기도 하고 바쁠 것 같은데 과연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다가 '제대로' 운영하진 않아도 괜찮으니 일단 운영해 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올해 블로그 운영 방식은 작년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일반 도서에 대한 서평은 많이 다루지 못할 것 같아요. 심리상담 콘텐츠가 대부분이 될텐데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rpRvj3m7mo

유튜브 달빛마을, 지니의 <밤이나 낮이나>


밤이나 낮이나.

인생의 밤이든 낮이든, 저는 아직까지 생의 한 가운데에 있네요. 낮이면 밤이 오고 밤이면 낮이 오는 이 당연한 이치를 올해는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라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의 밤과 낮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