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힘든 거 아니야~'라고 뭉뚱그리기보다는 명확한 이유를 알아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회복과 변화가 가능하다. 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대졸 워킹맘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유형화하였다.
출처: 정현(Hyun Jung),and 탁진국(Jinkook Tak)."워킹맘 심리적 어려움 척도 개발 및 타당화: 대졸 이상 고학력 워킹맘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코칭
대부분의 워킹맘이 가정, 회사의 상황 또는 그 안에서의 관계 역동에 따라 크고 작게 느꼈을 문제들이다. 해당 논문에서는 워킹맘의 심리적 어려움을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심리 척도를 개발하고자 했는데, 638명의 대졸 워킹맘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출처: 정현(Hyun Jung),and 탁진국(Jinkook Tak). "워킹맘 심리적 어려움 척도 개발 및 타당화: 대졸 이상 고학력 워킹맘 중심으로"
이 표를 해석한다면, 워킹맘들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가장 크게 호소하고 있고, 그다음으로는 "역량 개발의 한계"를 두 번째 문제로 호소하고 있다. 나 역시도, 내가 만났던 워킹맘들도 거의 대부분 공통적으로 가족, 특히 자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가정에 절대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적으로는 한계를 느낀다. 일과 가정 모두에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마저도 낮아지기 쉬운 심리적 상태이다.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걸까.
논문을 검색하다가 워킹맘에 대한 흥미 있는 이론을 발견했다. 이화여대의 유성경 교수님 등은 "워킹맘의 일 가정 양립 촉진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성 검증(한국심리학회지 여성 23.3 (2018): 377-407)"이라는 논문에서 Clark의 경계 이론을 인용하고 있다.
"경계 이론에 따르면 워킹맘은 단순히 주어진 환경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인식된다...즉, 워킹맘은 일과 가정이라는 영역을 주도적으로 넘나들며 각 영역의 요구를 조정하고 자원을 통합해가는 역동적인 주체로 보고 있다"
출처: 학술지 논문 "워킹맘의 일 가정 양립 촉진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성 검증(한국심리학회지 여성 23.3 (2018): 377-407)"
출처: pixabay/ 검색어: border
워킹맘은 경계 횡단자(border crosser)이다. 일과 가정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는. 매일 같이 그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경계가 너무 높거나 단절되어 있다면 매일 담을 타야 하는 에너지를 들여야 할 수도 있다(일과 가정을 넘나들며 나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느낌을 실제로 받은 적도 있다). 이렇게 어려운 걸 해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워킹맘들은 대단하다. 담타기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대단한 자신을 평가절하한다. 전업맘과 비교하고, 더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워킹맘과 비교하고,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이미 충분히 해내고 있는 자신을 알아주기 위해 어떤 심리적 자원이 필요할까. 같은 논문에서는 일-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촉진적 자기의 특성을 밝히고 있다. 한 마디로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워킹맘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촉진적 자기 특성은 자기와 상황의 조망, 유연한 경계 조정, 정서적 원동력, 주변의 도움을 활용, 배우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의 다섯 가지 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학술지 논문 "워킹맘의 일 가정 양립 촉진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성 검증(한국심리학회지 여성 23.3 (2018): 377-407)"
자신의 심리적 상태, 주변의 기대와 자원 등을 알아차리는 것은 워킹맘의 "정서 조절 영역"에 대한 부분이다. 우선적으로 이에 대해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지금 너무 힘든데도 힘든 줄 모르고 지속하는 워킹맘들은 신체적으로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주변의 기대가 지나친 것임에도 그 기대를 만족시키려 노력하다 관계도 틀어지고 우울해진다. 주변의 자원이 분명히 있음에도 활용할 줄 몰라서 쉽게 지치고 화가 난다.
'유연한 경계 조정', '주변의 도움을 활용', '배우자와의 의사소통'은 워킹맘의 "행동 전략"에 대한 부분이다. 워킹맘 자신이 정서 조절이 잘 되고 나서는 이러한 행동 전략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연한 경계 조정을 위해서는 남편, 자녀, 도우미, 친정/시댁 부모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도움을 잘 이끌어 내기 위한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이 있기 때문에 어색하더라도 이런 현란한 생존 기술! 을 잘 습득할 필요가 있다.
논문을 읽다 보니 워킹맘으로 살아오며 힘들었던 점들이 언어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워킹맘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중요한 자원들도 재발견하게 된다. 30대에 이런 걸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나름의 최선을 다했던 30대의 나도 토닥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