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 Sep 24. 2022

착하다, 착하다, 착하다

(feat. 정확한 공감의 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은이 자신의 집 계단 앞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반복 재생해서 듣고 있던 장면, 기억 나시나요? 그 때 이지은이 듣던 음성은 이선균이 자신을 향해 “착하다”고 말한 그 한 마디였습니다.

 

부모가 진 빚 때문에 평생을 사채업자에게 쫓겨 다녔던 이지은은 폭행 당하던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사채업자를 죽였습니다. 청소년기의 이지은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한 선택은 비참했습니다. 세상은 이지은이 ‘나쁘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이선균 만큼은 나의 ‘착함’을 알아봐주었죠.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공감해 준 아저씨의 “착하다”는 한마디. 그 한 마디가 이지은의 얼어 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입니다. 


"착하다, 착하다, 착하다...."


존재를 향한 정확한 공감은 그런 힘이 있습니다. 그런 공감은 꺼져 가고 시들어 가는 마음에 다시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어 줍니다.


공감 받지 못하면


인간은 산소 없이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실제로 산소가 부족하면 신경 세포는 4-5분이 지나면 죽고, 죽은 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못합니다. 심폐 소생술로 사람을 다시 살리려면 호흡과 심장이 멈춘 뒤 4-5분 내에 심폐 소생술(CPR)에 들어가야 합니다. 정혜신 박사는 <당신이 옳다>에서 공감을 ‘심리적 CPR’로 비유하지요.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이란 결국 그의 ‘나’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히 찾아서 그 위에 장대비처럼 ‘공감’을 퍼붓는 일이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원은 ‘정확한 공감’이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


사람의 마음은 ‘공감’ 없이 건강하게 발달할 수 없습니다. 코헛은 자기대상인 양육자가 공감적 반응으로 양육해야 아이의 자기애가 건강하게 발달한다고 말합니다. 아이의 감정이나 욕구에 양육자가 공감적으로 반응해 주지 않으면 아이는 좌절을 경험하고, 그 좌절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크거나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아이의 성격 구조는 취약해집니다. 


성격 ‘구조’라고 말하는 이유는, 성격이 우리 마음의 ‘집’을 짓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의 기초 공사가 되어 점점 나만의 스타일대로 완성되어 가는 구조물, 마음의 집이 바로 나의 성격구조입니다. 양육자의 공감적 반응 없이는 기초 공사가 부실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의 구조가 부실하여 외부의 작은 공격에도 쉽게 허물어지지요. 자신을 말도 안되게 부풀리거나 작은 비난이나 좌절에도 쉽게 수치심을 느끼는 성격이 될 수 있습니다. 


엄마의 수치심


공감적 양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엄마가 되었을 때 엄마들도 수치심을 자주 경험할 수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는 엄마에게 요구되는 암묵적 요구와 기대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여기면 수치감을 느끼고, 그 수치심이 발로가 되어 우울,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죠. 자기애가 강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그 엄마에겐 유아적인 자기애가 무의식에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 큽니다. 자라면서 좋은 대상들을 경험했다면 성숙한 자기애로 변형되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엄마가 되었어도 아이와의 관계에서 유아적인 자기애로 인한 수치심, 분노를 자주 경험합니다. 그 때 필요한 것은 수치스러운 부분을 지적하거나 조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일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그 사람의 심정을 알아주는 공감이 필요하지요. 


아이와의 관계에서 수치심이나 분노를 자주 경험하나요? 그렇다면 나에겐 지금 어린 시절 결핍을 알아봐주고 공감 받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제서야 아이에게 진짜 공감을 건넬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적 대화의 과녁은 존재 자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