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대한 좋은 책을 만났다. 저자 정신과의사 하주원은 불안해도 불행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주며,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불안을 잠재우는 법을 담담하면서도 힘있게 알려준다. sns에 조금씩 이 책의 내용을 조금씩 소개하고 싶다.
한참 우울의 시즌을 지나고 있을 때 친한 목사님께 찾아가서 기도를 부탁드렸다. 대뜸 목사님께서는 "너 세계 최고로 잘 살고 싶지?" 라고 물으셨다. 그 땐 그 질문이 황당했지만 이젠 무슨 말씀인지 이해한다.
그 땐 내 기준이 높은지 몰랐다. 지극히 평범한 기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은 끊임없이 평가절하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지나치게 이상화하며, 나 자신을 그 평범함 조차도 못가지는 비참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우리가 꿈꾸는 그 평범함이 환상이라고 말한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하다면,
오히려 작고 소박한 꿈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평범은
실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평균이 아닙니다.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형편이 좋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생활이
'평범의 기준'이 되어 있습니다."
하주원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
우울의 터널을 지나 다시 그 시간들을 돌아봤을 때 그 당시 내 기준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그 때의 내 기준은 상향평준화되어 있었다. 진짜 내 기준은 '0'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아무 것도 없는 채로 태어난 나의 기준은 영점이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한참이나 점수를 더해 이 정도 기준은 되어야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불행하다고 착각했다.
"우리는 누구나 가능한 한
평균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압박감을 느낀다.
우리가 평균 이상이 되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평균 이상이 되려고 기를 쓰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평균의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거나,
아니면 평균 이하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토드로즈 <평균의 종말>
개인화의 시대를 사는 것 같지만 우리는 여전히 평균의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 평균에 못 미치는 것 같은, 평범함 조차도 살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정말 나는 '평범한 행복'을 원하는 소박한 욕구만 가진 사람인지?
얼마 전 "아름답다"는 단어의 유래를 알게 되었다. 15세기 <석보상절>이라는 불교 서적에서 "아(我)답다", 즉 "나답다"라는 말이 곧 "아름답다"는 단어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아름답다", "아답다", "나답다".
우리는 어떤 평균의 허상을 좇아 살고 있는 걸까?
#토드 로즈는 평균은 허상이라고 단언한다. 평균이라는 허상을 깨뜨리고, "나다운" 길을 가는 것, 나다운 속도로 가는 삶이 아름답다. 그제야 우리는 불안의 늪에서 걸어 나올 수 있다.
오늘도 나답게, 아답게, 아름답게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