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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r 28. 2023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초능력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간단한 말은 강력한 힘이 있다. 

초능력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그랬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이 fantasy(환상)이라고.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가 17년의 수행을 통해 깨닫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그는 철석같이 '사실'이라 믿고 있었던 내 생각이 '환상'임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고통스럽기까지 한 지 처절하게 경험하고 깨달았던 것 같다. 조현병을 앓았던 수학자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사람들이 '환시'임을 알게 되었을 때 치유가 시작되었듯이 말이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건, 역설적으로 불안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하면 내 인생은 망한 인생이야', '저 남자랑 결혼하지 못하면 난 앞으로도 결혼하기 어려울 거야', '이번에도 취업하지 못하면 난 진짜 루저다' 등등의 비합리적 신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지금 나에게 떠오른 생각, 특히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생각은 맞는 생각인가? 틀린 생각일까? 


인지치료에서는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논박'한다. 대부분의 내담자는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는 당위적인 생각, 비합리적 신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불안해지고, 우울의 늪에 빠진다. 생각과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내담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상담자가 함께 싸워주어야 한다. 그렇게 논박을 하다 보면 내담자도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때가 온다. 


자신이 영원히 취직을 하지 못할 거라 굳게 믿었던 내담자는 나와 논박하는 걸 즐겼다. 처음에는 참 고집스러웠다. 자신은 취직도, 결혼도 못 할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소소한 칭찬이나 인정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난 그의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상담의 여러 세션을 지나 비합리적 신념이 깨지기 시작한 순간 그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자신이 틀린 건데도 말이다. 그 이후로도 그는 자신의 해묵은 생각들을 꺼내놓고 나와의 논박을 통해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자신이 틀렸음을 더 많이 인정할수록 그의 표정은 점차 편안해졌다. 결국 그는 인생 처음으로 첫 취직을 했다.


"'내가 틀릴 수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

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는 만큼이나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해질 방법은

흔치 않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당신이 틀릴 수도 있다.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만일 누구든지 무엇을 아는 줄로 생각하면

아직도 마땅히 알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고린도전서 8:2-


오늘도 not knowing의 자세로, 나와 내 세계를 대할 수 있길. 

그래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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