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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04. 2023

나의 취약함을 가리기 위한 감정, 분노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분노의 화신들이 등장한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던 연진이 무리와 피해자였던 동은이는 모두 분노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었다. 분노가 뭐길래 극심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십수년 간 복수의 칼을 갈게 만드는 힘이 되는 걸까?


챗GPT는 분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분노를 주제로 여러 대화를 나눠봤다.



챗GPT는 상황이나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분노의 양상과 그 원인이라 해석되는 '전이' 현상, 자아의 상태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는 잘 못 알아들어 화에 대한 예방법만을 얘기했지만 다시 화가 나는 순간의 대처법을 물으니 제법 대답을 잘해준다. '나' 대신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라는 첫 제안은 꽤나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다.



사람들은 왜 화가 날까? 분노는 우울이나 불안과 비교해 볼 때 더 위험한 감정처럼 느껴진다. 우울이나 불안은 보통 나 자신을 갉아먹는데 그치지만, 분노는 보통 타인을 공격하도록 만들어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공격하고 상처를 주는 사람은 보통 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분노는 실상 그 밑에 가려진 1차 감정(수치, 불안, 무력감 등)을 가리기 위한 2차 감정에 불과하다. 즉 나의 취약한 감정을 덮기 위해 "센 척" 하는 감정이 분노다. 



어떤 상황에서 우리는 "센 척"이 필요할까? 남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내 취약함 또는 감정이 무엇이길래 그 버튼이 눌려지면 어김없이 화가 나는 걸까. 내 경우엔 스스로 열심히 노오오오력 하며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노력이 중요 대상에게 인정받지 못한 순간에는 여지 없이 화가 난다. 사실 그 밑감정은 중요 대상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수치감,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히 인정받거나 사랑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무력감이 바탕색을 이루고 있다.



자주 화가 난다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화'는 2차 감정임을 기억하면서 그 밑에 깔린 내 진짜 감정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거다. 나는 정말 어떤 감정을 그토록 꼭꼭 숨기고 싶었던 건지 돌아보면 좋겠다. 한번 돌아봤다고 해서 화가 멈출 리는 결코 없다. Never. 다만, 화가 나는 강도와 빈도는 줄일 수 있다. Really.

그러니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내가 센척하는 진짜 이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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