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화가 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는 욕구가 좌절되었기 때문에 분노 감정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화를 내는 또 다른 이유로는, 공격적 행동은 인간 뇌에 있는 보상 센터를 자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분노 감정을 느낄 때 중독적인 만족감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화를 즐거워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뇌 연구 결과는 말하고 있다. 화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걸.
유사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분노 감정을 느낀다면 잘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부모-자녀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반복되는 패턴의 분노 상황이 있다면 꼭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거기엔 어린 시절부터 켜켜이 쌓아온 해묵은 이유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일 부모로부터 학대 받은 경험이 있다면 자녀에게도 그 학대를 대물림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내가 받은 학대를 사랑하는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태도 같지만, 사람의 심리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는 이를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맞고 자란 아이들은 고통과 무력감과 수치심을 담고 있기가 어려워 이를 자신에게서 제거할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찾는다. 이 때 작동하는 심리기제가 '공격자와의 동일시' 기전이다. 나를 공격했던 부모의 모습을 닮은 그대로 자녀에게 되갚는 무서운 대물림...분노는 그렇게 세대를 거쳐 전이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자주 화를 내고 있다면, 잠깐만 멈춰서 생각해 보자. 내 욕구가 좌절 당해서 나는 피해자로서 응당 낼만한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화가 날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어린 시절 상처와 결핍으로 이를 누군가에게 전이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내 화가 피해자가 된 입장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해자가 된 입장의 화가 되기도 한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면 불필요한 분노의 감정이 사그라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즐겨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분노를 즐길 필요까지 있을까? 나를 지키고, 나를 살리는 양분이 되게 만드는 방법이 분노일 필요는 없다. 대물림을 끊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잘 안되고 있다면, 그 노력은 실로 엄청난 노력임을 알아주자. 보기 싫은 나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건물을 재건축하는 정도의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기에. 알아주지 않아서 그토록 화가 났으니 이젠 나라도 알아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