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광고는 틀렸다
일단, 그날엔 흰색의 바지 같은 것은 입지 않는다. 우선 색깔은 짙은색이어야 한다. 흰색 천에 번져가는 빨간 핏자국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자전거 같은 것도 타지 않는다. 학생시절, 체육실기 시험날에 그날이 겹쳐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걷기 같은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조심스러운 날이다. 당연히 기분도 좋지 않다. 상쾌할 리 만무하다. 광고를 만든 광고쟁이의 의도는 알겠으나 그는 틀렸다. 그의 감수성*만을 탓할 수는 없겠지. 그 생리대 광고는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성성과 (천박한)자본주의의 결합의 결과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롯이 그것을 겪고 있고 감내하고 있는, 여성은 그 광고 안에 없다. 그렇게 그 광고는 여성의 생리에 대한 오해에 한 몫하고 있다.
미레나와 함께 한지 8개월 째이다. 첫 달은 입덧하듯이 계속해서 속이 메슥거리고 생리통 비슷한 복통이 있으며 몸이 무거움과 더불어 우울감이 심하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메슥거리는 것은 사라지고 생리통 같은 통증과 우울감도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 정도로만 남게 되었다. 세 달쯤 지나니 본 생리때와 출혈양을 비교해서 확실히 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느낄 만큼의 변화가 있었다. 다만 흔히들 겪는 부작용인 부정출혈은 매일 있었다. 일주일 흘릴 피를 한 달 동안 나눠 흘리는 것은 아닌 것인가 하는 의심과 피를 보지 않는 날이 오기는 할 것인가 의문을 품기를 반복하던 무렵, 이 정도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정도의 피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리통과 생리양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게 현재는 생리인가? 싶은 날이 한 달에 2주 정도 되는 것 같다. 생리통도 없진 않아도 고통이라고 하기보다 기분 나쁜 정도라 놀라웠다. 약은 거의 찾지 않게 되었다. 이제야 사람 사는 거 같구나 하는 생각. 진작에 빨리 했더라면 증상이 악화되거나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오랫동안 고통받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분노조절장애를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감정의 굴곡과 그 기분에 걸맞은 피 튀기는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던 나의 생리주기는 그렇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정체 모를 힘이 기분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니며 휘저어놓고 패대기치며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이 주기를 두고 오락가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던 기분은 지금 한가한 정류장에 멈춰 서 있다.
*감수성-나무위키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 자극이나 타인에 대한 반응과 관련된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로 감각의 예민성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