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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소설 Dec 15. 2015

세끼 목수

500만원만 가지고 서울에 올라왔다.

대흥에 있는 고시원에 자리를 잡고

36만원 월세를 내고 자리 잡은 방은 그래도 내 얼굴만 한 창이 있고

좁은 방 안에 화장실도 있다.

더 저렴한 방을 잡을 수도 있지만

화장실이라도 편하게 마음대로 쓰고 싶어서 36만원 고시원 방을 결재했다.

아무리 작은 방이라도 뭔가 채워놓기 위해서는 돈이 제법 들었다.

천원이면 다 해결될 것 같은 다이소에 들어가서

물건을 사고 나오면 천원이 50장은 필요하다.


산소가 나온다며 O2 고시원임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숨 쉴 공간이 없다.

실제로 복도에 산소를 제공할  것처럼 생긴 물건이 있는데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고시원에 하루 종일 박혀서 공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나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고시원은 대흥역 근처에 있다.

고시원을 나와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는다.

생각보다 잘되어 있는 산책로가 나쁘지 않다.

경의선 숲길을 계속 걸어 또 다른 숲길인 빌딩 숲길을 만나게 된다.

공덕에 있는 높은 아파트들. 빌딩 숲이 아니라 아파트 숲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숲길을 지나 효창공원역에 있는 공방에 들렸다.


지하에 위치한 이 공방이 내가 앞으로 일을 배울 곳이다.

메일로 나의 의지를 표현하고 한번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배워보기로 결정했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고 목공이라는 분야에 처음 발을 딛기 때문에

배운다고 생각하고 급여는 많이 받지 않기로 했다.


처음 내가 작업에 참여한 것은 나무 도마였다.

요즘 빵 도마부터 해서 원목 도마가 인기라고 한다.

처음 보는 원목 도마가 가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나무의 촉감이 너무 신기했다.

거칠 던 나무가 매끄럽게 변하고

하얗던 나무가 본연의 색을 드러내며 변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흔히 가구를 만드는 목수를 소목장이라고 한다.

소목장은 목제의 세간들을 만드는 기술 및 그 일에 종사하는 목수를 뜻한다.

그리고 현장이나 목수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입문하고 시작하는 목수를 새끼 목수라고 말한다.


이 일을 해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목표는 목수 일을 해서 세끼를 먹을 수 있는 새끼 목수가 되었으면 한다.

세끼 목수. 이게 나의 지금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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