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방안 가득 채운
은은한 진동에
덮어져 누워있다 보니
썼다 지우는 게
꼭 김광석의 밤만은
아닌 걸로
긴긴밤이라 어쩌다 보니
온종일 비 맞으며 떠올린 생각은 아니지만
꼭 이문세의 생각만은
아닌 걸로
깊이 생각하다 보니 어쩌다
어떤 침묵에 메말랐던 그 날 입술이 떠오른 게
꼭 양희은의 노랫말 에만 있는 건
아닌 걸로
안녕이란 단어가 원체 미운 단어다 보니
잡념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빗속도 아닌데
이룰 수 없는 잠에 대해
괴로워하며
귀 만 누리는
호사로운 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