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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빠의 육아 시리즈 (2)

Restart : 다시 시작

by 원더풀 원섭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는 아직이다.


- 딸이 아빠에게 -


한밤중 저편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헉~! 이 소리는?

맞다.

외롭고 어두운 방에서 홀로 누군가의 손길을 애원하는 내 딸의 울음소리다.

와이프는 아직 듣지 못한 모양이다.

내 선에서 해결될 테니 굳이 깨울 필요는 없다.

조용히 아이 방문을 열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방안의 온, 습도를 체크한다.

스읍~ 후~~~

숙면하기 좋은 상태다.

이제 침대에서 울먹이는 딸을 확인한다.

딸도 나를 확인한다.

난 딸을 향해 양팔을 벌려 아빠가 왔음을 알린다.

딸도 양팔을 벌려 환영한다.

우리는 즉시 뜨거운 포옹으로 서로의 상태를 체크한다.

자는 중에 땀을 많이 흘렸는지, 열은 없는지, 배가 너무 홀쭉한 건 아닌지, 기저귀가 가득 찬 건 아닌지...

불과 수 초만에 모든 것이 정상 범위 안에 있음을 감지한다.

K-아빠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다.

딸 역시 나의 상태를 체크한다.

불과 수 초만에 본인이 안고 있는 사람이 아빠임을 감지한다.

딸은 고개를 들어 정말 아빠가 맞는지 재차 확인한다.

나는 그런 딸을 보며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아빠의 웃음에 감동해서일까?

딸은 다시 울기 시작한다.

뭐지~?

감동의 눈물치고 조금 과하다.

안아주려고 하면 밀치고 눕히면 다시 일어난다.

오늘따라 밀당이 심하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사용하여 안아주고 눕히기를 반복한다.

결국 엄마가 들어온다.

아뿔싸~ 벌써 시간이?

딸은 엄마 품에 안기며 마침내 울음을 그친다.

딸은 금세 안정된 호흡과 편안한 눈빛으로 나와 작별을 고한다.

낯설다 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인가?

만약 나에게 5분만 더 있었다면...

사용하지 못한 재우기 기술이 그제서야 떠오른다.

LoL(리그오브레전드)에서 막타를 뺏긴 느낌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 과정을 복기해 본다.

복기는 침대에 누워서 해도 크게 지장 없다.

대체 내가....

머... 가....ㅂ ㅜ...조...ㄱ


해가 밝았다.

간밤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다.

오늘은 왠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다.

거울을 보며 외친다.

K-아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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