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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풀 원섭 May 08. 2023

아무튼... 종로(1)

종로에 미친 남자의 이야기

종로를 좋아한다. 종로의 특정 장소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종로 전 지역을 좋아한다.

지금은 매주 종로에 가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종로에 집착한다.

사전에서 '미치다'에 정의를 찾아보면, '정신이 나갈 정도로 매우 괴로워하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다'라고 나온다. 난 방금 깨달았다. 내가 종로에 미쳤다는 것을. 매주 종로에 가지 않으면 나의 영혼이 울부짖으며, 특정 장소를 정해두지 않고 하염없이, 걷기만 하는 나의 변태적인 방식은 분명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임이 확실하다.


내가 왜 종로를 그토록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 그냥 좋으니까 좋은 거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이유를 찾고 싶어졌다. 3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 진짜 나 스스로 궁금해졌다. 집착에 가까운 나의 종로 사랑은 상식적인 선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5년 전 생애 처음으로 돈 주고 사주를 봤었는데, 선생님께서 내가 전생에 '광대'였다고 했다. 보통 자신이 현생에서도 충분히 광대 노릇을 하고 있는데, 전생에도 광대였다는 사실을 직면하면 절망할 만도 하나, 난 이를 듣자마다, '아~! 난 그럼 영화 '왕의 남자' 같이 사대문 안에서 왕을 웃기는 광대였나 보다' 싶어 기분이 설렜다.  전생부터 이어온 숙명적이며, 절대적인 무언가에 의해서 아무튼  종로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찾은 것 같아 흐뭇했다. 정말이지 정상이 아니다.  

심지어,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위해 지역을 선택하는 조건 중 하나는 '종로와 얼마나 가까운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가?' 였을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정신 분석이 시급하다.

(결국 내 첫 집은 도보로 20분이면 종로 입성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주변에서 너무 자주 물어본다. 주말에 뭐 했냐는 질문에 나는 대부분은 종로에 갔다고 대답한다. 넌 왜 그렇게 종로에 집착하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한다. 종로에서는 카페, 외식, 쇼핑, 관광 이 모든 것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이라고 설명을 하지만 그것이 매주 종로에 가야 하는 나의 행동을 설명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많이들 하는 착각으로, 내가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종로에 자주 간다고 하는데, 난 이과다. 대답은 이 정도로 충분할 것 같다. (한국사 1급은 있다). 맛집이 많아서 종로에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난 김밥천국의 돈가스와 쫄면을 가장 좋아할 정도로, 입맛이 평범하다. 그러니 맛집을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나의 와이프와 매주 같이 종로에 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하다.

와이프와는 5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하여, 5년간의 결혼 생활을 용케 이어나가고 있다.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거의 대부분 종로에서의 데이트하였으며, 그 데이트도 특정 목적 없이 정처 없이 걷다 맘에 드는 곳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처음 3년은 즐거워하였고, 다음 3년은 지겨워하였지만 참았고, 나머지 4년은 거의 포기한 상태로 나의 종로 데이트에 동참해 주고 계신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이 생겼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종로 데이트에 불만을 갖기 시작하였다. 당연한 반응이다. 난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이 바뀌면 언젠가는 나의 종로 여행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 이제야 첫 번째 위기가 왔으나, 이 역시 예상된 위기였다. 난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한다. 지속가능한 종로를 위해서는 나 역시 그에 맞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 돌 지난 아이를 데리고 매주 종로에 가야만 하는 명분은 너무 심플해서도, 너무 심오해서도 안된다. 매우 직관적이며, 불가항력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내가 '아무튼... 종로'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왜 종로에 미쳤는지에 대한 대답을 구하기 위함이다. 나 스스로에게, 남들에게 그리고 내 와이프에게 왜 '아무튼 종로'인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나의 글은 찌질하지만 순수했던, 진지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스웠던 종로에서의 추억을 회상하며 내 삶관통하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여정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 글을 마무리하는 순간 누구나 인정할 만한 명쾌한 이유를 발견해 내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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