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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Feb 09. 2022

지금 잘 사랑하고 있는가

 정현주,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2018. 12. 20.에 작성한 글 (*일부 수정)




                                                                                                                                                                                                                                                                                                                                              

오랜만에 어떤 울림을 안겨주는 책을 만났다. 



출렁이는 두려움을 한순간 잠들게 해주는 사람.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주고 

나로 하여금 기꺼이 용기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가게 해주는 사람. 

때로는 입과 귀가 되어주고 때로는 세상을 만나는 통로가 되고 문이 되어주는 사람.

정현주,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이 문구를 예전에 보고 꼭 한 번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화가 김환기와 그의 아내 김향안에 대한 이야기를 정현주가 엮은 책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친한 언니가 빌려줘서 오늘 점심시간에 읽었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던 책이었다 :) 



환기는 편지를 잘 썼다. 문장 안에 배려와 따스함이 있었다. 

정현주,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김환기와 김향안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 또 본인들이 삶에 다가가는 태도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 이와는 별개로 김향안의 예전 이름은 변동림. 

그의 첫 번째 남편은 천재라 불리던 시인 이상이었다.

어지간한 미인을 봐도 흔들림 없이 당당했던 이상이 그녀를 본 순간 얼굴이 붉어지더니 고개도 못 들었다고..!

김환기의 아내이기도 하지만 김향안 그녀 자체는 정말 본인만의 빛나는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던 존재였던 것 같다. 



자꾸 꿈을 꾸는 남자가 그 꿈을 현실이 되게 하는 아내를 만났다. 

남자는 자꾸 큰 세상을 그렸고 아내는 그 큰 세상에 남편을 서게 했다. 

함께 있음으로 해서 두 사람의 세상은 커지고 넓어졌다. 계속 꿈을 꿀 수 있었다. 

정현주,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서로 응원하며 함께 걸어온 시간이 두 사람에게 내일을 긍정할 용기를 주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가 더 좋을 것을 믿고 의심하지 않았다. 

수화는 가장 자기다운 것으로 승부를 걸었고 향안은 수화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믿었다. 

믿고 그가 자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도록 도왔다. 그들은 함께 그들 자신을 믿었고 서로를 믿었다. 

자신보다 더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이 옆에 있어 그들은 내내 힘을 잃지 않았다. 

정현주,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김향안이 김환기를 사랑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충분히 세상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이와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되 그런 길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 모두를 성장시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랑을 주지 않고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김향안의 태도를 보며 내 사랑 방식을 돌아보기도 했다. 



상대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했고 존중했으며 대화가 많았고 비밀이 없었죠. 

게다가 서로에게 오직 하나의 남자, 하나의 여자로 평생을 끝까지 사랑했습니다. 

많이 사랑하는데 그치지 않고 잘 사랑하려 노력했으며 

순간의 감정 위에만 사랑을 두지 않고 오래 가는 이해 위에도 사랑을 두었습니다.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으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서 삶을 개척하는 용기를 얻었고 

아내는 남편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스스로 성장하여 

결국엔 독립된 존재로서 자신을 세웠습니다. 

세상이 남편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동시에 스스로도 충분히 빛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정현주,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사랑에 있어서 무조건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이 좋다고만 생각했었다.

사랑을 주는 표현방식만을 앞세우느라 기본적으로 지켰어야 했던 어떠한 예의에 둔감해졌고

가깝기 때문에 지켜야 할 가치들을 가볍게 무시했고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사랑을 많이 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을 잘 주는 게 중요한 것이었다.


열에 약한 열대어를 예뻐한다고 뜨거운 온도의 손으로 만지면 열대어는 죽을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랑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에 성실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었다. 


어려운 가운데 한 사람을 만나 마음을 나누었다면 자주 질문해 볼 일이에요. 

‘지금 잘 사랑하고 있는가. 나는 사랑을 잘 키워가는 사람인가.’ 

정현주,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서로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부딪힐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다르기에 옛날 동화책에 읽었던 오목이와 볼록이처럼 함께 붙어있을 때 꼭 맞아떨어질 수 있다.

내가 갖고 있지 못 한 부분을 보면서 새로운 면모를 만나고,

다르지만 같은 부분들이 하나하나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천천히 기다려주는 사람을 만나고 있다.

나도 그런 소중한 사람을 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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