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담긴 선물들, 그 앞에서의 내 고백
*1년 전에 쓴 글(2025.02.02.)을 일부 변형했습니다
선물, 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회사 근무지 중 연구소에 단기 계약직으로 오신 직원분이 계셨다.
당시엔 회사 법인카드 사용이 지금보다 조금 더 유했을 때라, 연구소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점심시간마다 자연스럽게 커피나 디저트를 사주시며 그분과 가까워지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직원분이 받은 마음을 하나도 잊지 않으려고, 커피 한 잔, 사탕 하나까지 누가 주었는지 일일이 따로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받게 되어(!) 결국 하나씩 적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는 일화다.
대신, 본인도 더 많이 주려고 노력하셨다고.
그렇게 이야기는 훈훈하게 끝난다. �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너무 귀여우시다” 하며 깔깔 웃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는 웃고만 넘기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을 때, 어렸을 땐 그저 좋았는데 요즘은 어쩐지 빚을 진 기분이 먼저 든다.
부담스럽다는 말보다는,
이 귀하고 소중한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몰라 덜컥 겁이 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기브 앤 테이크의 심화 버전 같다.
그가 내게 준 감사한 마음을 나 역시 온전히 전달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긴다.
포포를 품고, 출산하고, 키우는 동안 나는 정말 많은 이들에게 빚을 졌다.
회사에서 가까운 분들부터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분들까지, 포포에게 선물과 마음을 보내주셨다.
지인들 중에는 ‘엇?’ 싶을 만큼 그리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연락과 함께 선물을 보내왔다.
포포를 위한 선물도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아기는 괜찮고, 산모는 어때?” 하며산모 회복을 먼저 챙겨준 선물들은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도 연구소 그 직원분처럼 그 마음을 하나하나 열거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누가 보냈는지, 무엇을 주었는지, 그때 내가 어떤 감동을 느꼈는지.기록하고 싶지만,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다만 이제는 사람 이름 하나에서 이전보다 더 깊은 감사함을 느끼고, 받은 물건 하나에서 더 긴 여운을 발견한다.
출산 전, 가까운 친구가 탈모 샴푸를 주었을 때는
“ㅋㅋㅋ 웃기고 고맙다” 하고 말았는데,
출산 후 탈모가 오지 않은 건 그 친구 덕분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국민템에 꽤 빠삭하다고 생각했는데 미혼 친구가 준 튤립은 정말 꿀템이었다.
임신 기간 동안 나는 튼살 크림을 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매일 넘치도록 발라도 팬트리에는 늘 튼살 크림이 있었다.
덕분에 나는 튼살 하나 없는 임산부가 되었다.
산후 관리사 선생님은 집에 있는 아기 옷들을 보며
“이거 다 선물 받은 거예요?” 하고 매번 깜짝 놀라셨다.
옷 한 벌, 한 벌마다귀중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회사에서 친한 언니는 통 크게 트립트랩을 선물해 주었다.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서울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다.
농담 삼아 디즈니의 어떤 캐릭터를 닮았다고 했더니,
그 말 하나 기억해서 인형이며 모자며 선물을 섬세하게 골라주는 친구도 있다.
그 외에도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를 만큼 이 이야기는 끝이 없다.
인복이 많다는 다섯 글자로 이 마음을 다 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어쩌면 나는 이 빚을 다 갚지 못할지도 모른다.
대신 언젠가,누군가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고 아기 옷 한 벌을 고르고 회복을 먼저 묻는 사람이 될 수는 있겠지.
기록하지 못한 마음들은 사라지는 대신 다음 사람의 손으로 건너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