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 김영대 주연의 tvn 로맨스코미디 드라마 <손해보기 싫어서>
우리는 매일 '손해'와 '이익'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산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순간부터 복잡한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머릿속 계산기는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하지만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는 그 계산기를 가장 투명하게 꺼내 보여주면서도, 역설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진심'이 가진 뭉클한 가치를 증명해 낸다.
주인공 손해영은 이름 그대로 손해 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인물이다. 누군가는 그녀를 속물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사실 그녀의 영리한 계산법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가족에게도, 직장에서도 온전히 자신의 몫을 누리지 못했던 과거가 그녀를 '손익분기점의 여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짜 결혼식까지 올리며 축의금을 회수하려는 그녀의 거침없는 행보를 보며 우리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도 저렇게 당당하게 내 몫을 요구하고 싶다"는 현대인의 억눌린 욕망을 건드려주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손해 제로'는 단순한 이기심이 아니라,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겠다는 스스로를 향한 가장 외로운 약속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지욱과의 '가짜 결혼'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이자 서사의 핵심이다. 철저히 계산적인 해영과 타인에게 무조건적으로 퍼주는 지욱의 대비는 시청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할 때 자꾸 손해를 자처하게 되는가?"
분명 손해 보지 않으려고 시작한 관계였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메워주며 서서히 계산기를 내려놓는다. 사랑은 결국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상대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일'임을, 그리고 그 마이너스가 때로는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드라마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차가운 장부 위에 온기가 스며들 때, 가짜 결혼은 세상에서 가장 진짜 같은 사랑으로 변모한다.
신민아의 통통 튀는 코믹 연기와 김영대의 잘생긴 얼굴로 비로소 더 완성되는 츤데레 같은 매력은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강력한 동력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가족사나 직장 내 갈등을 위트 있는 대사와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특히 조연 커플인 복규현과 남자연의 서사는 메인 서사와는 또 다른 결의 재미를 선사하며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 티격태격하는 '혐관(혐오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설렘은 시청자로 하여금 이들의 계산법을 기꺼이 응원하게 만든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손해영이 남긴 메시지는 선명하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마음은 나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지만, 가끔은 그 방패를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진짜 소중한 사람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
인생이라는 긴 장부에서 가끔은 마이너스가 찍히더라도, 그 덕분에 누군가의 마음을 얻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남는 장사가 아닐까? 조금 밑지더라도 괜찮다. 그 여백 덕분에 누군가의 밤이 더 따뜻해졌고, 나의 세계가 그만큼 넓어졌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