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책갈피를 꽂는 법, 그리고 다음 장을 펼치는 용기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건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는' 일로 시작된다.
어제의 피로와 눅눅했던 감정들을 밤새 잠이라는 책갈피로 덮어두고, 다시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하얀 오늘을 마주하는 것. 우리는 그렇게 매일 강제적으로라도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하루를 채운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보고 걸음을 멈추는 건, 찰나의 아름다움을 내 눈에 남기고 싶어서다. 누군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를 곱씹는 건, 그 온기가 금방 식어버리지 않게 마음 한구석에 남겨두고 싶어서다. 일상은 이렇듯 소소한 것들을 남기려는 애정 어린 시선들의 집합이다. 무엇을 남기기로 선택하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슬픔의 찌꺼기만 남기는 사람의 얼굴엔 그늘이 지고, 다정함의 흔적을 남기는 사람의 곁에는 늘 볕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도저히 남기고 싶지 않은 일들도 우리 발목을 잡는다.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난, 예상치 못한 실패, 스스로가 미워지는 순간들. 그럴 때 필요한 건 손가락 끝에 힘을 꽉 주고 페이지를 '넘기는' 단호함이다.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그 페이지를 붙잡고 있으면 다음 장에 기다리고 있을 뜻밖의 행운이나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조차 잃어버린다. 잘 넘기는 법을 배우는 건, 나 자신을 과거의 감옥에 가두지 않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자기 방어다.
결국 잘 사는 삶이란, 내 마음이라는 책 속에 '남길 가치가 있는 문장'들을 정성껏 적어 내려가되, 다 쓴 페이지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장으로 손을 뻗는 태도에 있다. 어제 남긴 후회는 오늘을 넘기는 힘으로 덮고, 오늘 남긴 행복은 내일을 버티는 양분으로 삼는 것.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책장을 넘기며 살아가는 작가들이다.
때로는 글자가 번지고 종이가 구겨질 때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나라는 사람의 흔적으로 남을 테니 괜찮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다음 페이지를 궁금해하는 마음, 그리고 오늘 내 곁을 스쳐 간 사소한 다정함을 놓치지 않고 마음의 여백에 꾹꾹 눌러 남기는 그 진심이다.
그렇게 남기고 넘기다 보면, 어느덧 우리는 꽤 근사한 인생이라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해 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