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시선 : 낮은 곳을 비추는 둥근 안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달(Lune)'

by 옫아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LIVE] 최재림(Zev Choi) - 달(Lune)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 두시탈출 컬투쇼

일 년 중 가장 커다란 달이 차오르는 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원을 담아 둥근 원을 바라본다.

풍요와 안녕을 비는 소란스러운 기복(祈福)의 시간 뒤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달(Lune)'을 재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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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시인 그랭구와르가 밤하늘의 달을 향해 던지는 고요하고도 묵직한 질문이다.

도입부의 낮게 읊조리는 선율은 마치 달빛이 지상으로 내려앉는 소리처럼 들린다. 콰지모도의 지독하고도 외로운 사랑을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로서, 그는 달에게 묻는다. "수천 개의 목소리가 기도해도, 넌 그중의 단 하나도 듣지 않느냐"고. 저 낮은 곳의 고통을 너는 어떻게 그토록 무심하게 지켜보고만 있느냐는 탄식이다.


서구 문학에서 달은 종종 광기나 불길함을 상징하지만, 한국어 가사로 만나는 이 곡은 우리네 정서와 묘하게 닮아 있다. 소리 없이 만물을 굽어살피며 비극조차 묵묵히 품어내는 인내심.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웅장한 선율은 원망을 넘어선 깊은 이해로 나아간다. 그 덤덤하고도 강인한 빛은 화려한 태양 아래서는 보이지 않던 내 안의 작고 초라한 고민들에 비로소 고결한 이름을 붙여준다.


대보름의 달을 보며 부럼을 깨는 활기찬 풍습 끝에 이 노래를 얹는 것은, 각자의 마음속 깊은 곳을 환기하는 일이다. "빛나는 달이여, 저기 낮은 곳을 비추는 달이여"라는 부름은 결국 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같다.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마음일지라도, 저 달만큼은 평등하게 우리를 비추고 있다는 안도감이다.


노래가 끝나도 달빛은 방 안 깊숙이 고여서 머물고 있다. 유난히 밝은 대보름의 달은 어쩌면 올 한 해 우리가 마주할 모든 슬픔과 기쁨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봐 주겠다는 든든한 약속일지도 모른다. 달의 시선이 머무는 밤, 비로소 마음이 고요해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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