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Good Morning Baltimore'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막이 오르면,
침대에서 일어난 트레이시 턴블라드는 정돈되지 않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외칩니다.
"굿모닝 볼티모어!"
Hairspray - Good Morning Baltimore (Official Movie Clip)
사실 이 인사는 단순한 아침 안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이 자신을 향해 '너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낙인찍기 전에,
내가 서 있는 이 땅을 나의 독무대로 정의해버리는 당당한 '주인공의 선포'라 생각됩니다.
트레이시가 마주한 볼티모어의 아침은 결코 우아하지 않습니다.
발밑으론 쥐들이 지나다니고, 거리엔 술 취한 이들의 소란이 가득합니다.
평범한 이들에게 이곳은 피하고 싶은 회색빛 일상이겠지만,
트레이시에게 이 소음들은 자신의 등장을 알리는 오케스트라의 전주곡이 됩니다.
세상은 그녀의 체형을 보고 '한계'를 말하고, 그녀의 배경을 보고 '분수'를 지키라 권고하지만,
트레이시는 그들의 평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먼저 세상의 멱살을 잡고 리듬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이 넘버가 주는 짜릿한 해방감은 바로 이 '선제적 태도'에서 기인합니다.
우리는 흔히 세상이 나를 어떻게 봐줄지 고민하며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곤 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보고, 그 기준에 부합할 때 비로소 작게 목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거울을 보는 대신 조명을 켭니다. 남들이 나를 정의할 시간을 주지 않고, 내가 먼저 이 세상의 중심임을 확신하며 환한 인사를 건네는 것입니다.
비웃음 섞인 시선조차 박수 소리로 바꿔 들어버리는 그 유쾌한 돌파력은,
사실 편견 가득한 세상을 향한 가장 강력하고 무해한 저항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세상이 내 이름을 알게 될 것"이라는 그녀의 확신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이미 '스타'로 규정하고 걷는 사람에게 세상은 결국 무대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죠.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볼티모어' 같은 차가운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나를 평가하려 드는 시선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우리가 트레이시처럼 외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세상이 나를 정의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안녕, 오늘부터 이 무대의 주인공은 나야"라고 인사를 건네는 용기 말입니다.
타인의 잣대에 나를 맞추려 애쓰느라
정작 내가 가진 고유한 리듬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그 자리는 네 자리가 아니야'라고 말하기 전에,
당신의 발걸음으로 그곳을 무대로 바꿔보세요.
그 당당한 첫걸음이 시작되는 순간,
지루하고 평범했던 우리의 일상은 비로소 가장 화려하고 뜨거운 쇼뮤지컬의 오프닝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당신이 세상에 건네는 그 첫 인사가, 결국 세상을 당신의 편으로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시작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