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옫아 Mar 17. 2022

악인과 선인, 새드엔딩과 해피엔딩

(여자)아이들 (G)-IDEL  Villain dies (빌런 다이스)

*(여자)아이들 (G)-IDEL  Villain dies (빌런 다이스) 대한,  노래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이자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여자아이들의 새로운 앨범이 이번 주 월요일에 발매되었다.

첫 정규 앨범 [I NEVER DIE]에 있는 여러 수록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쏙 들었고 이야기하고 싶은 노래 VILLAIN DIES(이하 빌런 다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앨범 소개 중에 빌런 다이스를 소개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의 새드엔딩을 만든다.



이 문장을 토대로 빌런 다이스에 대한 해석을 낱낱이 진행해 보겠다.

그 전에 빌런 다이스 가사도 함께 살펴보고.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villain

Who is a villain?혀 안에 가득 찬 사탕 Strawberry

이게 내 마지막 만찬인지 따갑게 달콤해

멍청해 흙투성이 쟨 멀쩡해

몇 발을 쏴도 내 총엔 맞지 않아 It's okayWhy don't you love me 이것 봐

이리 아름다운데

이 미친 소설의 끝은 대체 언제쯤If the villain dies(Okay, Bullet, Love, Die)

Heroine is mine

I'll never die

Even if it's your sad endingHeroine is mine

I'll never die

Even if it's your sad endingYou put me down and want me dead

In fact, you don't even know me that well

I never cry, but I was in pain yesterday as well cuz of her

Who is the villain 그 악당이 나였네

모든 걸 망치는 그녀를 미워했는데

이 소설 속 악당은 나였네Hey yo god or author

I'm goin' to hell but not alone

뵈는 게 없어진 나의 Play는 바꿔버릴 거야 이 결론Hey yo god or author

I'm goin' to hell but not alone no no noWhy do you love her 이것 봐

늘 날 아프게 하는데

이 미친 소설의 끝은 대체 언제쯤If the villain dies(Okay, Bullet, Love, Die)

Heroine is mine

I'll never die

Even if it's your sad endingHeroine is mine

I'll never die

Even if it's your sad ending멍청하게 흘러가게 두지 않아 난

재밌는 Ending을 다 잘 봐

악역의 웃음에 우울한 마지막 장

Oh right oh right, writeNever die



* 향후 본 감상에서 자주 반복될 '나'. 여기서 이야기되는 '나'는 노래의 화자이다.




1. 악인은 누구인가. 악인은 어떻게 정의내려지는가.


빌런 다이스는 다음과 같은 서술로 시작된다. 빌런, 그는 누구인가.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villain. Who is a villain?


악인에 대한 재해석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관련한 콘텐츠도 무궁무진하다.

악함의 기준과 선함의 기준의 경도는 같을까.

예전이야 선함과 악함의 기준선을 긋는 건 특별히 어렵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들의 혼선 속에서 다변화된 사회에 서 있는 이 시점에서 선과 악의 대립만큼이나 난해한 기준이 과연 또 있을까.

대체 악인은 누구인가. 욕망에 눈이 먼 사람? 의도가 선하지 않은 사람? 애당초 선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2. 악인은 주인공이 될 수 없나.


빌런에 대한 명확한 확답을 듣지 못한 채 '나'는 주인공이 될 수 없음을 마주한다.

악당, 즉 악인은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 모든 걸 망치는 건 내가 아닌 '그녀'임에도 악당은 자신이라는 것.

나의 기준에서 이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주인공의 자리에서 배제되고 주인공, 즉 선인으로부터 반대 지점에 있는 악인의 자리를 부여받게 된다.

때문에 여기서 다시 한번 명확해 진다. 악인은 주인공이 아니다. 즉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악인의 총 몇 발을 맞더라도 선인은 결코 죽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주체 자리는 악인이 아니기 때문에.

* 그래도 It's okay라 말하는 가사가 오히려 더 신박하다. 어, 이미 알고 있어~이런 느낌이랄까. 선인의 의지대로 흘러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이미 익숙해진 듯 하다.




3. 악인의 죽음은 곧 주인공(선인)의 승리


주인공의 자리는 악인에게 갈 수 없고 오직 선인의 것임을 확인했다.

그러면 더욱 명확해진다. 바로 악인이 죽어야 이 이야기는 끝나고, 이는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이.

보통은 악인이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콘텐츠의 주인공이 승리를 마주하며 관련한 콘텐츠는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 즉 해피엔딩에 도달한다.

이를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문화 콘텐츠, 뮤지컬 <위키드>.

각본과 같이 엘파바의 죽음을 가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얻게되는 평화, 즉 해피엔딩과 선인의 대역인 글린다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한다.

위키드의 시작과 끝은 엘파바의 죽음이다.

위키드 첫 번째 넘버에선 악의 죽음을 환영하는 No One Mourns The Wicked  가 그려진다. 그 중에 그런 말이 있지. Good news! She's dead!



주인공의 해피엔딩이 곧 악인의 죽음. 그렇다면 주인공의 새드엔딩은? 바로 악인의 죽지 않음, 즉 해피엔딩을 부정하는 악인의 생존, 불멸이라 볼 수 있다.

악인이 존재하는 한, 주인공에겐 해피엔딩이 아닐 테니.

즉 주인공의 새드엔딩은 악인의 절대적 생존, 죽지 않음, 살아 있음으로 귀결될 것이다.


때문에 악인이 주인공의 승리 및 해피엔딩으로 인해 그동안 소비되어온 객체 같다면, 금번 (여자)아이들의 신곡에선 이 패러다임을 뒤집는다.

바로, 소설의 끝, 이야기의 종결의 주체를 악인인 빌런이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4. 패러다임의 전환


주인공을 선인이 아닌 악인으로 내세우는 것.

애초에 주인공의 프레임을 오직 선인에게만 주는 것.

그리고 이야기의 종결을 위해 악인의 죽음을 소비하는 것.

악인의 죽음으로 인해 주인공은 선인으로 확실히 각인되는 것.


그동안 우리는 이런 패러다임에 익숙했고, 이것을 '당연하다' 혹은 '자연스럽다'고 여겨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패러다임을 아이들의 신곡 빌런 다이스는 완벽하게 부수고 있다.

애초에 악인이란 대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적어도 '나'의 이야기에서 '나'는 악당, 악인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그저 (죽임을)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라는 의지를 보인다.

여기서 악인은 더이상 이야기의 조연, 주인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않고 또다른 주인공의 자리를 선점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여자아이들의 금번 앨범인 아이 네벌 다이 I NEVER DIE와 일체된다.

'나'는 더 이상 소비되는 객체가 아닐 것이고, '나'를 악인이라 규정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은 새로운 종결의 주권을 잡겠다고.



주체성에 대한 새로운 화두, 새드와 해피, 악과 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여자)아이들의 신곡 빌런다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해 볼까 한다.

 I NEVER DIE와 VILLAIN DIES의 대립은 다소 모순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VILLAIN이 I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거라 이해하면 어떨까.

악인이 악해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 더이상 누군가로부터 빌런으로 규정 당하지 않고 어떠한 수식어 없이 '나'로서 존재하는, 그럼으로써 하나의 '나'가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고.


빌런은 죽을 수 있겠지.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죽음으로부터 멀어지는, 오히려 '생'을 이야기하는 존재가 될 거라고.

이렇게 해석해 보는 건 어떨까.


-fin-

매거진의 이전글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려는 이들에게, 사랑은 이뤄지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