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 2018. 2. 19. 에 작성한 글
** 당시 내가 참 많이 좋아했던 글. 물론 지금도 아끼는 글들 중 하나.
오늘은 우수래.
아침에 여기 네이버창에서 확인했어.
말이 참 예쁘더라,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시기,래.
사실 난 국문과를 졸업했지만, 이런 거 잘 몰라.
우리 전통이나 그런 작은 것 하나하나 다 아는 친구들이 늘 대단하고 놀라울 뿐이야.
어쩌면 난 나를 제외한 모든 게 다 시시콜콜했던 걸지도 몰라.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번만큼은 달라.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말이 너무 예뻐서 한 번 더 눈길이 갔어.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라던데.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는 것도, 왤까, 좀 좋았어.
이제 봄이 오고 있다는 거, 그 자그마한 소식에 벌써 마음이 포근해져.
좋아하는 시 중에 이런 문구가 있어
'결빙을 풀고 나 너를 안을게'라고.
얼음을 녹이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아, 따뜻함 하나뿐인데.
그런데 말야,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일거야.
얼음을 녹인다는 건, 얼음 혼자 하기엔 솔직히 어렵지 않나.
얼려지는 것도 본인 의지가 아니었을텐데, 녹는 것도 그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따뜻함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작은 비밀을 느낄 수 있는 구절이 아닌가 싶어.
결빙을 푼다는 말, 조심스럽게 녹이고 다른 누군가를 안아보겠다는 말.
그 두 가지 부분이 따스해서 저 문구를 늘 조용히 혼자 중얼거리곤 했어.
오늘은 얼음이 녹는 시기래.
얼음이 녹고 난 자리에는 싹이 튼대.
차가웠던 시간들이 조금은 풀어지고, 그 자리에 간지러운 기대가 자라나는 기분이야.
어제 친한 언니랑 드라이브를 하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뮤지컬 음악을 마음껏 들었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뮤지컬영화 <미녀와 야수>의 Something There이라는 노래도 함께 들었는데
'There may be something there that wasn't there before'이 다시금 들리더라.
늘 느끼지만,
그 노래를 들으면 전에는 없던 뭔가를 만날 수 있다는 작은 기대감을 품게 되는 것 같아.
내가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던 무언가,
그걸 이번 봄에는 꼭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어떤 설레임.
이번 겨울은 참 많이도 추웠어.
추웠던 만큼 다가올 따뜻한 봄에 대한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얼음이 녹고, 싹이 트고 있대.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란 소중한 예언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