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옫아 Apr 12. 2022

Feel "My" Rhythm

최근 재밌는 글을 하나 본 적이 있다. 

핫한 아이돌들 중 하나인 에스파  aespa  의 노래 도입부 대부분이 'I'm'으로 시작한다는 것. 


- I’m on the Next Level Yeah

- I’m a Killa 너를 깰 ae

- I'm addicted,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는 나의 에스파


에스파의 세계관 관련된 글도 많이 나오고, 내가 논하기에는 전문성이 분명 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I'm'을 전면에 내세워 '나는'으로 시작하는 가사들을 미루어 보아, 주체성을 강조한 측면이 상당한 것 같다. 

나에 대한 규정을 내가 직접 내리고, 나에 대한 정의로 노래를 시작함으로써 노래의 화자가 갖고 있는 주체적인 면모를 적극 내비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음 곡은 어떤 'I'm'으로 시작할지 꽤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같은 뿌리라고도 볼 수 있는 동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레드벨벳의 신곡 Feel my rhythm(이하 필 마이 리듬)을 같은 선상에서 논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 

필 마이 리듬은 "노래를 따라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즐기는 여행을 생동감 있게 풀어"내고 있는 곡이다. 시공간이 어디든 자유롭게 흘러가는 나의 리듬. 여기에 한 번 주목할 만 하다.


필 마이 리듬의 가사 속 등장하는 호칭은 너, 나(I), 우리 그리고 '나'가 관여되어 있는 My(내)와 Me다. 


- 우리 살짝 놀아볼까

- 우릴 오만과 편견에 가두지 마

- Feel my rhythm Come with me

- 이 밤은 멋지고 우린 Fun and wild and brave

- 시선을 끄는 네 Motion

- 너를 태운 채

- 어서 내 손을 잡아                                                                                     

- You and I


그러니까, 너와 나 우리는 지금 함께 시간 여행 중이고 '내' 리듬을 느끼고 '나'와 함께 즐기자는 게 필 마이 리듬의 키 메시지라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너'를 호명하고 있는 것이며, 그 전에 '나'와 '너'는 어떤 관계일까?

그리고 왜 '나'가 아닌 '나의' 리듬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 것일까?

I와 MY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이 고민을 하다보면, 처음으로 내 차(car)라는 게 생겼을 때가 생각난다. 

대전에서 첫 직장을 갖게 된 이후,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대출과 함께 구입한 첫 차. 당시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이 나를 제외하고 모두 남자였고 다 운전 경력직들이었다. 

막내 동생 같은 나에게 운전을 알려주겠다며 이것저것 종종 귀찮게 했었는데.

그때, 나에게 해줬던 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 중 하나가 가끔 기억에서 종종 고개를 들곤 한다.

경상도 사투리가 굉장히 심하고, 제일 어색했던 동기 오빠가 해준 이야기다.  


- (내 이름)야, 니 차 이름 뭐라 지었노? 

- 어, 나 붕붕이라고 지었어.

- ㅋㅋㅋ 니 왜 니가 니 차 이름을 짓는 줄 아나?

- 모르지.

- 여자들은 차를 나의 것이라고들 생각하고, 남자들은 차를 나 자신이랑 동일시킨다카대. 그래서 남자들은 차에 이름을 안 붙인다. 이미 나인데, 뭣하러 이름을 붙이나. 근데 여자들은 다르제. 그래서 니도 이름 붙인 기고.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자들은 차를 '나'와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여자들은 차를 '나의 것'이라는 소유의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나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아닌 나의 것은 별도의 존재로 인식하는 거다. 

동일시와 나의 일부라는 그 차이에서 비롯되는 자동차에 이름 붙이기가 당시 무척 신선했었는데.

이번 레드벨벳의 노래를 듣는 동안, 그 동기가 해줬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완전히 타존재라고 보기엔 어려운, 나와 연결되어 있는 나의 것들 중 일부. 

그 앞에 붙여져 마치 나의 성(姓)과도 같은 'My'.


나의 00이 갖는 느낌은 정말 묘하다.

내 정체성의 일부이지만 때론 이름을 붙여줄 만큼의 거리. 


최근 여자아이들의 신곡들 중 하나인 'My bag'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나의 가방에 든 나의 다섯 개의 빨간 다이아몬드와 같은 내 멤버들. 애정이 물씬 느껴진다.

오히려 우리 멤버들일 때보다 '내 멤버들'이라는 게 나와 어떤 관계 사이의 촘촘한 애정을 더 확인시켜주고 드러내는 것 같아서. 이럴 때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하는 것 같기도. 


참 신기하다. 

어쩌면, '나'는 참 독립적이고 별도의 세계인데,

'나의'가 붙는 순간 많은 의미들이 생성될 가능성이 열리는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레드벨벳의 필마이리듬은 그 이름이 필연적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되었듯 이 노래의 주요 테마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즐기는 여행이다. 

그러니까, 어느 공간에 있든 어느 시간에 있든 나는 나의 리듬에 맞추어 이를 만끽하고 즐기겠다는 거다. 

때문에 이는 계속 언급되는 레드벨벳과 관련된 키워드들, 유희, 쾌락, 욕망 등이랑도 연결된다. 

왜냐면 이 키워들은 외부 환경, 바깥 세계를 바라보고 느끼고 즐기는 '나의' 욕망이기 때문이지. 


그러한 관점에서 '나의(MY)'가 갖는 매력은 정말 다양한 것 같다.

나라는 주체성을 기반으로 하되, 어떠한 관계들의 무궁무진한 생성을 연결해 주고.

이에 따라서 다양한 감정들을 양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상상력의 폭을 넓혀주는 느낌. 


때문에 에스파의 'I'와 레드벨벳의 'My'. 

두 개를 비교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조금 더 그들이 만들어 내는 세계관을 재밌게 지켜보고 싶다. 





+ 그리고 다음엔 조금 더 정돈된 글을 써보고 싶다..

 ++ 말하고자 하는 바가 조금 붕 뜬 글이라 올리기에 민망하지만.

  +++ 아이디어야, 날아가지 마. 

매거진의 이전글 우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