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획적인 사람이다.
MBTI로 말하자면 J형.
쉬는 것도 계획해서 쉬고,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두세 가지 해결책 정도는 미리 준비해 두는
꽤나 철저한 성격이다.
나는 이런 내 성격을 장점이라고만 믿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약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계획이 어긋나면 늘 방향을 잃었고,
치명상을 입은 듯 힘들어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까지 상상하며,
그렇게 된다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끝도 없이 씨름했다.
세상은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거였다.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일도
당시에는 커다란 문제가 되어 나를 괴롭혔다.
그러한 일들에 일일이 부딪혀가며 막으려 했고,
마치 온갖 바람과 태풍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듯 애를 썼다.
그러다 꺾이고 나면, 더 큰 상처만 남는데도
혼자 해결하려 하며 나를 안달했다.
이제는 내 한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내 계획 대로 되지 않는 모든 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는 조금 느슨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