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근심이 있던 날, 산을 올랐었다.
오르는 동안엔 힘이 들어 머리가 단순해져 좋았고,
정상에서 펼쳐진 풍경들을 바라보면
쌓여 있던 걱정들이 바람에 날아가는 듯해 좋았다.
땅에서 보면 마냥 거대하던 높은 건물들도
정상에서 바라보면 작은 레고 장난감 같았다.
나의 걱정들도 커다란 자연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문제들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나는 자주 산을 올랐다.
그리고 등산이 우리 인생과 참 닮았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오르막 구간은 꽤나 길었다.
언제나 온몸에 땀이 났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으며,
때로는 힘에 부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중간에 다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을 때도 있었고,
도대체 끝은 있는 거냐며 소리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길고 긴 산행이
힘들고 지루하지만은 않다.
산속에 싱그런 풀과 나무 냄새를 맡으며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벤치에 앉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때로는 쉬어가는 일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오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오히려 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높이, 더 높이 오를수록
저 너머엔 상상도 못 할 멋진 풍경이 있음을 알기에.
마침내 이 길 끝에 보일 황홀한 마지막 장면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한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