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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서로의 증인이 되어줄게

인문학으로 MBA하다 (2)

by 피터 화엉
인문학으로 MBA하다 (2)
2023 Fall - Mod 1
Marketing. 서로의 증인이 되어줄게.
#마케팅, #음악, #이소라, #바람이분다, #변화


2023년 9월 16일 오후 3시 54분. Marketing 수업을 가르치는 크리스토퍼 켈리 교수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며칠 전 이 과목에서 중간고사 시험을 봤는데 MBA 입학 후 처음으로 보는 시험이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 모두들 꽤 신경써서 시험을 준비했던 터였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전체 학생의 중간고사 결과를 온라인 학사 사이트에 공개하기에 앞서 나에게 이메일을 특별히 미리 보냈다고 했다. 그의 메일은 ‘모두들 시험을 정말 잘봐서 기뻐, However…’로 시작되었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말하길, 내가 20점 만점 중간고사 시험 중에 11.7점으로 거의 최하점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교수는 내가 11.7점 중간고사 결과를 받았다고 질책하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어느 문제에서 특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는지, 앞으로 어떻게 수업에 좀 더 열심히 참여하면 이 과목을 남들과 같이 정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20점 만점에 11.7점이라면 100점 만점에 60점도 채 되지 않는 셈인데 중학생 이후로 이런 성적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싶어서 마음이 약간 불편했다. 혹시 내가 258명 전체 MBA 학생들 중에 가장 낮은 점수인가 싶어 포탈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다행히) 누군가 10.5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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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주 학교에 가서 주변 학생들을 만나 중간고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모두들 대학 졸업 이후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시험을 봐서인지 저마다 괴롭고 흥미로운 시험 후기를 들려주기 바빴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같은 스터디 그룹 친구들 역시 마케팅 시험이 꽤 어렵다고 말했고, 다들 점수를 썩 잘 받은 모양은 아닌 듯 했다. MBA에 오기 전 회사에서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친구도 자신이 20점 만점에 13점을 받았다면서 “This is not Marketing!” 이라고 외친다. 지난 주 다소 불편했던 마음이 한결 더 가라앉는다. 그래, 나만 어렵다고 느낀 것이 아니었어.


유럽에서 온 어떤 친구는 회사에서 건설 프로젝트에 엔지니어로 참여한 경력이 있는데 ”Marketing is so subjective” 라면서 엔지니어 출신인 자신은 1+1=2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는 과목이 좋다고 한다. 물론 마케팅에도 어느 정도 정답은 있다. 다만 유럽 친구 말처럼 사람들마다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다른 법이고, 내가 생각한 최선의 마케팅 방법이 사실 시장에서 소구되지 않을 때 왜? 라는 반발심을 조금 갖게 되기 마련이다. 이 방법이라면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고 다른 상품에 관심을 가진 고객을 나의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나도 분명 그런 생각으로 중간고사를 즐겁게 봤고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11.7점이었다. 내 마케팅으로는 고객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라고 크리스토퍼 교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마케팅은 변화에 대한 학문이다. 경영학과 2학년이었던 2005년 봄에 마케팅 원론 수업을 들었을 때와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케팅에서 배우는 기본 이론은 큰 차이가 없다. 3C(Company, Customer, Competitor)를 분석하고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를 통해 내가 가진 제품 중 무엇을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지를 정밀하게 결정하고 4P(Place, Price, Product, Promotion)를 적절히 조합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극대화한다. 1981년 미국의 광고 전문가 잭 트라우트와 마케팅 전문가 앨 리스가 함께 쓴 <Positioning> 책이 워낙 큰 히트를 쳐서 ‘포지셔닝은 마케팅의 전부’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수업 시간에 종종 봤다. 여튼 크리스토퍼 교수가 마케팅 수업 첫 날 우리가 앞으로 두 달동안 무엇을 배울 것인지 전체 개념을 소개하는 내용을 보니 2005년이나 2023년이나 우리가 배우는 마케팅 이론은 크게 바뀐 것이 없어보였다.


마케팅 수업에서 가르치는 것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마케팅은 어떻게 고객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킬 것인지를 연구한다는 점은 다소 역설적이다. 나에게 관심이 없던 고객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다른 상품을 구매하던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하고, 조금이라도 내가 가진 상품이 돋보일 수 있도록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계속 변화해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계속해서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궁극적으로 너를 변화시키는 것, 너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도 변화해야 하는 것, 이것이 마케팅의 본질이다.


변화가 마케팅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자 내가 왜 마케팅에 관심과 소질이 없는지 조금 더 이해가 되었다. 나는 본질적으로 변화를 싫어했다. 정확히 생각해보면 마케팅이 이야기하는 나와 너의 변화 중에 특히 너의 변화, 너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방향에 일종의 무력감을 느끼곤 했다. 내가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과 같이, 너 역시 너의 목소리에 가장 귀를 기울이며 너만의 사유체계를 정리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내가 너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변화에 대해 곱씹어보기 전에, 잠시 시선을 음악으로 돌려보자.


MBA에 오기 전 회사나 집에 돌아와 밀린 일을 마쳐야 할때면 나는 언제나 조그맣게 노래를 틀곤 했다. 노동의 고단함을 다소 완화시켜주기 때문에 스스로는 그걸 ‘노동요‘라고 불렀는데, 마치 고등학생 때 수학 문제를 풀면서 한편으로는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95.9 MHz 라디오를 배경음악처럼 틀어놓는 것과 같았다. 크게 집중하지 않고 다소 기계적으로 자료를 만들어도 될때면 신나는 노래를 노동요로 틀어놓았고, 조금 집중해서 숫자를 계산해야 할때는 잔잔한 음악을 듣곤 했다. (생각해보면 MBA에 오기 전 2023년 상반기에 회사 자료를 만들며 Aespa 음악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다, 나는 SM 음악을 좋아한다.)


그렇게 노동요를 들으며 일했던 경험 때문인지 MBA를 할때도 종종 음악을 들었다.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와 밤늦게 과제를 할 때, 공강 시간 같은 스터디 그룹 친구들과 스터디룸에 모여 그룹 과제를 할 때, 복잡한 엑셀 모델을 만들며 숫자를 검증할 때 언제나 음악을 틀어놓고는 했다. 시험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케팅 수업 중간고사는 온라인으로 최대 네 시간동안 볼 수 있었는데, 크리스토퍼 교수가 중간고사 일정을 공지하며 “시험은 최대 네 시간 동안 볼 수 있지만 여러분들의 (훌륭한) 실력이라면 두 시간 내지 세 시간이면 모두 풀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교수의 말을 믿고 모두들 마케팅 시험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험 시작 시간이 되어 문제를 확인하자 나는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워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교수가 장담했던 두 세 시간은 커녕 나는 시험 마감 3분 전에야 답안을 제출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시험을 보는 네 시간 내내 음악을 원없이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내가 들었던 음악은 가수 이소라의 <Diary(2002)>, <눈썹달(2004)>, <7집(2008)> 세 앨범이었다. 첫 번째 앨범의 트랙 1부터 마지막 앨범의 마지막 트랙까지 가수 이소라의 잔잔한 목소리를 들으며 마케팅 문제를 푸는 경험도 꽤 신선했다.


이소라의 노래 중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곡은 2004년 발매된 6집 앨범에 수록된 <바람이 분다>일거다. 이 6집 <눈썹달> 앨범은 EBS 스페이스 공감 제작진에서 선정한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 명반에 포함되었고 예전에 멜론에서 기획했던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 ‘그의 음악과 커리어의 가장 눈부신 지점’이라는 평가와 함께 30위에 기재되기도 했다. 이소라 본인이 직접 작사를 했던 <바람이 분다> 노래를 내가 처음 들었던 건 2008년 캄보디아에서였다. 2008년 여름부터 그 해 겨울까지 싱가포르국립대학에서 한 학기 교환학생을 하게 되었는데, 학기 도중에 친구들과 함께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버스로 캄보디아로 넘어가 앙코르 와트가 있는 씨엠립에서 일정이 마무리되는 여행이었다. 앙코르 와트를 찾은 건 2008년 9월 24일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미리 수소문해둔 툭툭을 타고 앙코르 와트로 떠났다.


아침 8시 무렵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너머로 본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함께 이곳을 찾은 친구들과 같이 사원 내부를 둘러보다가 잠시 떨어져 혼자 노래를 들으며 앙코르 와트의 아침을 바라봤다. 그때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처음 들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중



캄보디아 시엠립 도시 인근에 위치한 앙코르 와트는 12세기 초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거의 천 년 넘게 존속한 셈인데 앙코르 와트 곳곳에는 돌을 쌓아 올린 건물이 여전히 고스란히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고, 나무가 그 돌 틈으로 뿌리를 뻗고 파고 들며 파헤쳐진 돌무더기와 나무가 하나의 덩어리리로 섞여있는 경우도 자주 보였다. 변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이 공존하는, 어찌보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앙코르 와트에서 나는 <바람이 분다> 노래의 가사를 유심히 들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그런데)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기본적으로 헤어진 이후의 정서를 다루고 있다. 이별 후에 너는 예전과 다르지 않게 세상 속에서 유영하고 있는데 정작 나만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변화했다, 다만 너는 변화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나는 너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말처럼 들렸다. 너는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겠지만 그 변화는 나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에 국한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함께 바로 이 명제 때문이었다. “타자의 변화는 타자에게 강제되지 않는다”.


나는 본질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감정은 싫어함보다는 일종의 무력감에 좀 더 가까웠다. 마케팅 수업에서 3C, STP, 4P 개념을 익히며 우리는 동태적으로 움직이는 시장과 고객의 속성을 읽고 좀 더 트렌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소위 잘 팔릴 수 있도록 나(기업)를 변화시키고 너(고객)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내가 느낀 변화의 가능성은 나에 국한된 것이었다. 나의 변화로 너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필연적이거나 필요충분조건적이라고 말할 수 없었고 오히려 황동규 시인의 고백처럼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는 것에 가까웠다.


왜 나는, 너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선언에 그토록 자신감이 없었을까? 두 가지 생각이 함께 든다. 하나는 나의 변화는 나라는 주체의 몫인 것처럼 너의 변화는 너라는 주체의 몫이기 때문에, 내가 너의 변화를 강제하거나 심지어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한편 본질적으로는, 변화라는 것이 과연 유효한 것인가? 약간의 의구심이 나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 잘 안변해! 라는 말처럼, 모든 존재는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고, 아주 오래 노력해야 가까스로 조금 변화할 수 있을 따름이며 이것이 언니네 이발관이 말한 ‘가장 보통의 존재’에 가깝다는 생각이었다.


마케팅 중간고사에서 11.7점을 받고난 뒤에 나는 문득 학부 때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마케팅을 어느 정도로 잘했는지 궁금해졌다. 아주 오랜만에 학부 포탈 사이트에 접속해서 2004년 봄부터 2009년 겨울까지 들었던 모든 수업의 성적표를 열람해봤다. 5년 동안 나는 모두 46개의 수업을 들었는데 전체 평균 학점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흐뭇했다. 이어 나는 마케팅으로 시작하는 과목을 찾았는데 5년 동안 마케팅 관련 수업은 딱 한 개 들었고 성적은 B였다. 내가 수강했던 ‘마케팅 원론’ 수업은 경영학과 학생은 꼭 이수해야 하는 전공 필수과목이었고, 아마 그 수업을 듣고 난 이후로는 마케팅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에 나는 흐뭇한 미소로는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다. 2005년의 B 성적이나 2023년의 11.7점이나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21살의 나도, 39살의 나만큼 어지간히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대해 흥미가 없었고 또한 소질조차 없었구나… 나는 변화하지 않는 나를 다시 만나서 오히려 반가웠다.


아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주변에 있는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추진해보기도 하고 남성으로 굳어진 정체성을 흔들어보기 위해 주디스 버틀러나 레베카 솔닛의 책을 찾아 읽어보기도 한다. 정신 뿐만 아니라 신체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한 시간씩 집 앞 Gym을 찾아 근력 운동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E성향이 부족한 것 같아 일부러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기도 한다. 모두 내가 내게 부여하는 변화의 일환이다. 나는 끊임없이 어느 정도는 변화를 쫓았지만 실제 변화한 건 그 중에 하나 혹은 둘에 그쳤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본질적인 속성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나는 아주 가까스로 나의 일부를 변화시킬 수 있을 뿐이었다. 하물며 내가 그러할진대 내가 감히 너의 인식과 행동을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만, 타인을 내가 변화시킬 수 없다는 ‘무력감‘은, 타인에게 나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체념‘과는 달랐다. 무력감과 체념은 다르다. 무력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면서 타인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타인을 결코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은 타인으로부터 단절된 존재로 자신을 축소시킬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너는 내게서 떠나지는 않을 것이고 나와 너는 우리라는 집단으로 여전히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나는 MBA과정 내내 경험했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우리에게 다양한 팀 프로젝트를 과제로 부여했다. 6명이 한 조가 되어 세 개의 케이스를 읽고 토론하며 함께 답을 찾아야 하는 프로젝트인데, 마케팅에 대한 심드렁한 마음에 영어로 토론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겹치니 과제를 준비하며 나는 한 걸음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학생들은 1을 알아도 10을 말할 수 있는 듯 했고 (그건 꼭 영어라는 언어의 문제는 아니었다) 자기들끼리 신나서 이런 마케팅 전략은 어떤지, 이런 아이디어는 어떤지 대화를 이끌어 갈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같은 조원이 쉴 새없이 말한 아이디어의 논리적 근거 자료를 찾거나, 두서없는 아이디어를 읽기 쉽게 정리하는 일을 했다. 회사에서 10년 넘게 보고서를 만들던 경험이 빛을 발하던 때도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나는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이 잘 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고,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만들어 본 경험이 많이이 없던 조원들은 내가 자료를 만드는 것을 보며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다. 세 번의 마케팅 과제를 함께 하면서 우리는 각자 잘 하는 것을 했고, 조금씩 자신에게 없는 것을 향해 변화했고, 결과적으로는 세 번의 과제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며 6명 조원 모두 가장 높은 성적인 H등급을 받았다.


나는 그들을 변화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가까스로 자신만을 조금 변화시켰을 따름이다. 사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가깝게는 거의 매일 함께 수업을 듣는 MBA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거다. ”각자 열심히 조금씩이라도 자신을 바꿔나가보자. 그건 각자의 몫이야. 내가 너를 변화시킬 수는 없거든. 그렇지만 네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내가, 우리가 지켜볼게. 우리가 서로의 증인이 되어줄게.“ 라고 말이다.


오랜만에 <바람이 분다>를 들어야겠다.


202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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