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벤하운 Jul 06. 2016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지난주 썰전에서는 전기, 가스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여기서 유시민 씨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못 사는 나라에 속하기에 전기세가 싼 건 당연하다. 그러나 가정용은 누진세라도 있는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너무 싸다. 거기다 많이 쓸수록 싸지는 역 누진 제도다. 기업에 가정용 전기 쓰는 국민이 전기세를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요금체계다. 먼저 가정용 누진제를 폐지하고 산업용 전기 가격을 가정용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고 말했다.
(참조 : www.fnnews.com/news/201607010620191789)


평소 유시민 씨를 좋아하거니와 현재도 유시민 씨의 신간을 읽고는 있지만, 이 에너지에 대한 발언은 조금 아쉽다. 참여정부를 이끄시긴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하신 것도 아니라 한국전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그리고 잘 못 이해하는 것 같다. 뭐 개인이 잘 못 이해하는 것까진 그렇다 치지만, 그것을 대중에게 설파하기 시작하면 ‘사’ 짜가 되는 것 같아 왠지 찜찜하다. 듣다 보면 마치 국민들이 정말 막 전기세로 현대차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먹여 살려 주는 것 같고, 산업용 전기 가격만 올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럼 그게 정말 맞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1.OECD 전기요금 최하위
OECD 홈페이지에서 Electricity price 비교표를 찾아보려 했다. 헌데 그런 건 없더라. 에너지 분야에서 비슷한 건 Electricity generation 정도인데 그건 큰 의미가 없다. 결국 비정기적으로 비교를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찾은 게 아래 자료다. 


AEMC(Australian Energy Market Commission), 한글로 하자면 ‘호주 에너지 시장 위원회’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자료가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온 걸로 만들었다니 신뢰도가 있는 편이겠다. 이걸 보면 한국이 정말 OECD 최하위 수준의 전기요금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유시민 씨가 언급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못 사는 나라에 속하기에 전기세가 싼 건 당연하다”? 그래서 2015년 IMF 명목 GDP 기준으로 걸려봤다. 스페인, 헝가리,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칠레, 체코, 슬로베니아, 터키, 폴란드, 에스토니아, 멕시코, 이렇게 얼마나 많은데 OECD에서 한국이 가장 못 사는 나라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 기준으로 OECD 평균에 근접하며, 각종 데이터에서 OECD 평균에 비교하는 편이 맞지, 최하위를 당연하다 생각하면 안 된다. 따라서 전기요금이 OECD 최하위인 것은 조금 상향으로 개선해야 될 사항이지 이게 최하위로 저렴하기를 강요하는 논리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OECD 국가 중 못 사는 나라가 당연하다면 간간히 들리는 각종 노인빈곤율, 자살률, 등 안 좋은 순위도 다 당연하다 생각해야 하는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시점이다.


2. 산업용 전기가 너무 싸다
DART를 통해 한국전력 2015년 사업보고서를 들춰봤다. 50페이지를 보면 전기판매 매출 항목에서 품목별 가격 변동 추이가 나오는데, 2015년 주택용 전기 가격이 123.69 원/kWh이며 산업용 전기 가격이 107.41 원/kWh이다.


주택용 전기 대비 산업용 전기 가격이 86.8% 수준인 것인데, 이건 국제 컨센서스에 비해 정말 싼 것일까.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았다.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EIA) 자료를 참조하면 2015년 4월 기준 Commercial은 6.6 cents/kWh, Residential은 12.64 cents/kWh이다. 주택용 전기 대비 산업용 전기 가격이 52.2% 수준이다.
(참조 : www.eia.gov/electricity/monthly/epm_table_grapher.cfm…)


유럽은 어떠할까. Eurostat을 들어가 봤다. 2014년 EU 28개국 기준으로 보면 Households는 0.208 Euro/kWh이며 Industry는 0.120 Euro/kWh이다. 주택용 전기 대비 산업용 전기 가격이 57.7% 수준이다. 

(참조 : http://ec.europa.eu/…/File:Half-yearly_electricity_and_gas_…)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 전기에 비해 싸서 국민들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제조업 기업에 무슨 큰 특혜를 주고 있는 것 같이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물론 일반 및 주택용 전기에 비해 산업용 전기가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량의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로서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변화가 필요 없다는 논리는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 세계 컨센서스는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지, 무작정 산업용 전기요금을 일반요금으로 올리자는 이야기는 발생될 문제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농사용 전기는 절반 이상 낮은 47.31 원/kWh이다.


한국전력 사업보고서를 보며 든 생각은 전기요금 단가가 낮다고 하는데 재무제표 상으론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전은 연매출 60조 원 수준이며, 영업이익률은 2015년 19.25%에 이어 2016년에는 22.54%가 예상된다. 현 재무제표 상으로는 굳이 민영화를 들고 나설 필요가 없어 보이긴 하다. 영업적자가 막 발생하여 세금이나 채권으로 매년 불어나는 적자액을 보전한다면 전기요금 인상이나 민영화를 거론할 필요가 있겠지만, 아직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이 인식은 한전 사업보고서 한 권 보고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진단한 것으로, 에너지에 정통한 분께서 정확한 현실 진단을 해주신다면 고맙겠다. 예전 서울메트로나 서울 도시철도 공사의 경영현황을 보았을 때랑은 정말 다른 깔끔한 느낌이다.
한국의 제조업 기업이 전기요금이 낮아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낮은 전기요금으로 일반 국민들도 혜택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걸 산업과 국민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면 곤란하다. 정말 전기요금을 OECD 평균으로 올리고자 한다면 산업과 국민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지, 어느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 하지만 요즘 보면 방송에서 논객이라고 나오시는 분들 이야기들도 참 그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엔 그저 ‘아, 그렇구나’ 하며 분노도 하고 짜증도 냈지만, 요즘은 그분들 하시는 말씀이 다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요 몇 달간 새로 맺어진 SNS 친구들을 보면 다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정통하신 분들이다. 그에 따라 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통해 배우는 바가 많다. 논객이라고, 정치인이라고, 모든 분야에 대해 깊게 파보지도 않고 섣불리 국민들을 선동하는 것은 참으로 조심스럽다. 물론 나도 언제 그러한 우를 범할지 모르니 조심해야겠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한 분이라고 해서 그분을 통해 사회 모든 현상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으려 하면 곤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능력 다 거기서 거기고, 세상만사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첨언하여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미래예측의 영역으로 가자면, 그냥 반은 듣고 반은 흘려듣는 게 상책이지 싶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선분양제도를 폐지하면 집값은 오르지 않을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