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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l 01. 2016

선분양제도를 폐지하면 집값은 오르지 않을 것인가

부동산 잡상

1984년 도입된 선분양제도는 당시로선 부족한 재정의 정부가 안정적 대량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이는 시행사가 아파트 부지를 구입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미래의 입주민들에게 분양을 하고, 입주예정자가 2-3년에 걸쳐 공정률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며 공사를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으며, 종종 이 선분양 시스템이 집값을 올리는 주범으로 몰리곤 한다. 하지만 이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는 논리다.



선분양제도는 경제성장률이 10% 넘나드는 시기에 탄생했고, 80년대 후반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한 해에만 7-8%에 이르렀다. 당시 아파트가 지어지기 3년 전에 분양을 받는다 하면, 입주 시기엔 물가상승률만 감안한다 하더라도 20%가 넘는 차익을 실현하게 되었다. 결국 당시엔 소비자도 선분양 시스템으로 수혜를 본 셈이고,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건설사도 혜택을 본 셈이다.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던 시기에 정부, 기업, 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한 제도였고, 굴곡은 있었지만 큰 무리 없이 30년 넘게 정착되었다. 물론 이 시기에 내 집이 없던 분들에겐 배 아픈 정책이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당시 신도시 정책 등으로 몇백만 가구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현재는 훨씬 더 최악의 주택시장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연간 경제성장률이 2-3%대에 머무는 시점에선 선분양제도는 더 이상 입주자에게 차익실현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2008년 경제위기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완공 후 분양가보다 낮은 주택 매매가로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 선분양제도를 없애고 후분양제도로 우리나라 주택공급 제도로 바뀔 것을 호소하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여기까진 충분히 이해되는 논리고, 저성장 시대에 그 점진적인 변화는 어느 정도 나도 그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선분양제도를 후분양제도로 바뀌면 주택공급시장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선분양제도는 아파트 건설자금을 입주자가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각종 보증 및 집단대출 등이 존재하여 입주자 주머니에선 무언가 나가는 게 없어 보이지만, 원칙적으론 내가 살 집을 내가 돈을 마련하여 짓는 구조다. 그렇담 이게 후분양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건설사는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던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형태로 민간금융에서 대주단;lender을 모집하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보통 1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의 사업비는 몇천억 원이 넘어가게 되는데, 한 해 영업이익 몇천억 원 남기기 어려운 건설사가 이러한 자금을 마련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자기자본 혹은 부채로 자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요즘같이 일 년에 몇천 몇만 가구를 공급하긴 어려울 것이며, 기껏해야 회사당 몇백 가구를 공급하는 데에 그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몇백 가구는 강남 및 인 서울 사업성이 확실한 곳에만 한정될 것이다. 


그러면 대안은 금융권과 연계된 프로젝트 파이낸싱인데, 이건 선진국 분양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제도이다. 헌데 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 하면 궁극적으로 리스크를 짊어지고 은행이나 보험사, 혹은 국민연금 같은 기금이 투자를 하는 개념이다. 즉, 시행사가 어느 부지를 매입하고 유망한 아파트라 설득을 하고, 투자할 시 기존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이란 말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돈을 그냥 은행에 맡기는 것보단 수익률이 높고,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단 리스크가 적다는 인센티브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한다는 것이다. 이때 아파트가 장기임대 형식을 띠게 된다면 민자도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유사한 형태로 전개되어간다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수익률은 금리를 훨씬 상회할 것이고, 이게 분양가에 반영된다면 집값은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렇담 이 못된 프로젝트 파이낸싱, 그만두라! 이러면 어떻게 될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간 영업이익 몇천억, 몇백억 수준, 게다가 종종 영업손실까지 기록하는 우리나라 건설회사는 현재와 같이 스스로 연간 수조, 수십조 원 수준인 1-2만 건의 주택을 공급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주택 공급량은 떨어지게 될 것이고,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줄면 당연히 가격은 오르게 되는 것이다. 결국 후분양제도가 도입될 시 주택 가격은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바람일 뿐이다. 중장기적으론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단기적으로 보았을 땐 전면 후분양제도가 도입될 시 기존 주택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결국 이는 정부도, 기업도, 국민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어느 한 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그만한 이유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변화가 될 필요는 있겠지만, 그건 점진적이어야 하는 것이지 갑자기 큰 변화는 필연적으로 문제점을 수반할 수 있다 생각한다.  끝



주) 참고로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형 아파트 개발사업의 선분양 시 수익률은 9.43%인데, 완공 후 분양 시 수익률은 4.72%라 한다. 이는 아파트가 5억 원이라 하면 2천3백만 원가량은 더 리스크를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사업에 있어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그 이상을 감안할 수도 있는 일이다.
(참고자료 : “아파트 개발 사업의 선, 후분양 방법에 따른 수익성 변화 분석”, 하헌회,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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