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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l 26. 2016

사원 대리 일 잘하는 방법

필자는 늘상 중학교 때도 그렇고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1, 2학년 때는 지지부진하다 3학년 때 성적이 확 오르곤 했다. 대기만성형인지 회사에 들어와서도 1,2년 동안은 지지부진하다가 한 5년 정도 지나니까 주니어로서 일머리가 트여 현재는 나름 평가도 괜찮게 받고 있는 편이다.(아 물론 자뻑일 수 있따!) 인생 패턴상, 이젠 시니어의 길에 접어드니 이제 다시 지지부진할 차례인가. 여하튼 사원 대리로서 일을 한지도 어언 십여 년에 다다르고 있으니, 그동안의 성공 실패사례를 더듬는 차원에서 일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나의 직장상사라면 그냥 여기서 읽기를 그만두시는 게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방법일 것이다. 정말 필요로 하는 사원 대리님들만 정주행 해주시길 바란다.



초중고 12년, 대학 4년, 남자라면 군대 2년까지, min. 16년의 세월을 공부하며 살아온 우리는 일을 하는데 익숙지 않다. 대학이라 하더라도 학부 차원에서는 거의 주는 정보를 받아먹는 입장이다 보니 능동적으로 무엇을 창출하기 어렵다. 헌데 회사라는 곳은,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곳이며, 어떠한 전략을 수립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곳이다. 게다가 어느 회사를 들어가던지 학교에서 배운 것은 거의 없고 새로운 정보만 주구장창 나오니 머릿속이 공허해질뿐이다. 나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입사해서 세상의 모든 건설공사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로 구성된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엑셀 함수의 영역에 넘어가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뿐이었다. 그럼 차근차근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단 시니어가 무슨 일을 시킬 때는 ‘설명’이라는 것을 할 것이다. 그때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 하지만, 솔직히 잘 들어도 이해는 될 리 만무하다. 본디 사람은 익숙한 단어는 암기가 잘되는 반면, 익숙하지 않은 단어는 아무리 들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당신의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처음엔 그냥 시니어가 설명하는 것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라. 아니 일부러 흘리라는 얘기는 아니고,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그저 듣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물론 적기도 하면 더 좋긴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자기 책상에 정자세로 앉아보자. 시니어가 무슨 일을 시켰더라. 문서나 엑셀 서류라면 일단 찬찬히 들여다보자. 그리고 이해하기 시작해 보자.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서류라도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실타래가 풀리듯이 보이기 시작한다. 엑셀이라면 ISNUMBER라느니 VLOOKUP이라느니 LEFT, ISERROR 등 처음 보는 함수가 이리저리 엮여 있어도 두려워하며 겁을 집어먹으면 안 된다. 롤플레잉 게임을 한다 생각하고 이리저리 찾아다니다 보면 무언가 이해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다. 이때 다시 시니어에게 가야 한다. 아까는 들어도 전혀 이해 안됐던 그것이 이젠 슬슬 이해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내놓아야 할 결과물이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일은 공부가 아니다. 결국 무언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고, 본질에 상관없는 것은 과감히 내려 칠 필요가 있다. 내 기준에 상기 시간의 FEEDBACK은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빨리 시니어에게 가져오면 스터디를 안 한 것이고, 너무 늦게 시니어에게 가져오면 이미 방향은 틀어진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시니어와 주니어는 오고 가는 피드백 속에 정답게 싹트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간혹 방향을 물어보지도 않고, 하루 이틀 밤을 새워서 무언가 대단한 결과물을 만드려고 하는 주니어가 있는데, 그러면 아니 된다. 그런 걸 놔두는 시니어도 문제긴 하다. 결국 문제가 빵 터지면 “얘가 그랬어요” 할법한 시니어다. 하지만 주변에 그렇게 이상한 시니어는 그다지 없을 테니 일단 안심하자. 추가로 Decision making을 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어쨌든 시니어도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예시를 미리 들어준다면 어느 시니어도 마다할 사람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 시니어는 서너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반면에 주니어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자기가 맡은 일의 최고 전문가는 당신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 일에 대한 결정을 자신이 내리고 제시하는 일은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언제나 기억하자. 능동적일 것.



다음은 보고서 작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공대를 나온 나는 회사에 입사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이 공문이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빨간펜으로 죽죽 간 보고서 초안을 보고 나도 울고 보고서도 울었다. 하지만 꾸준히 습작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주변에서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검토를 해달라고 하는 부탁을 종종 받기도 한다. 공문이나 보고서 같은 글쓰기의 기본은 문장을 쪼개고 또 쪼개는 것이다. 글을 유려하게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면 일단 단문 위주로 써야 한다. 그래야 나도 쓰기 쉽고, 남들도 이해하기 편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문장을 잘 쓰려고 하면 보고서의 초안이 나오는데 시간이 무지 오래 걸린다. 팁을 하나 이야기해 주자면 일단 보고서를 주저리주저리 쓰라는 것이다. 보고서라는 것도 어찌 되었든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는 하나의 스토리다. 그 스토리의 내러티브가 없으면 읽는 사람도 지루하다. 제 아무리 잘 쓴 보고서나 뛰어난 아이디어도 읽기 싫으면 빵점이다. 앞서 문장을 쪼개라고 했지만, 이것도 나중에 쪼개면 되는 일이다. 예문을 한번 보자. 어제 원유가가 조금 떨어졌는데, 그에 대한 분석이라 가정하자.


“미국 오클라호마 쿠싱지역 원유 재고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다고 전망되었고, 미국 휘발유는 공급과잉이란 진단이 나왔다. 아울러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이어지고, 이라크 석유 수출이 증가하며, 미국 원유 시추기 수가 증가하였다. 더구나 중국 휘발유 수출이 증가하여 원유가가 하락하였다.”


일단 보고 들은 정보대로 나열을 막 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원유가가 하락하였다는 것이다. 상기와 같이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서 보고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페북에 극악의 장문을 써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나이지만, 회사에서 보고서를 만들 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게 글을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겐 괜찮은 장문 일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보만 얻고 싶지 굳이 지루한 문장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보고서는 적어도 임원, 중요하면 사장님까지 결재해야 하는 건데, 장문으로 구성된다면 그 바쁜 사람들이 언제 다 읽을 것인가. 그러면 앞뒤 차포떼고 한번 깔끔히 정리해 보자.


⊙ 미 오클라호마 쿠싱지역 원유 재고 증가 추정
⊙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 전망
⊙ 미 휘발유 공급 과잉
⊙ 미 달러화 강세
⊙ 이라크 석유수출 증가
⊙ 미 원유 시추기 수 증가
⊙ 중 휘발유 수출 증가
→ 두바이, 브렌트, 서부텍사스 유 일제히 하락


아직도 지루하다. 너무 많은 정보는 읽는 이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낀다. 이럴 땐 카테고리 별로 몇 개 합쳐보자.


⊙ 미 쿠싱지역 원유 재고 증가 및 휘발유 공급 과잉 추정
⊙ 미 원유 시추기 수 증가 및 달러화 강세
⊙ 이라크 석유수출 및 중국 휘발유 수출 증가
⊙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 전망
→ Dubai/ Brent/ WTI 유가 하락


어떤가. 물론 고수들이 보았을 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문장일 수는 있다. 하지만 맨 처음 주저리주저리 쓴 문장에 비해선 상당히 깔끔해졌다. 아울러 두 번째 정처 없는 나열보다는 미국에서 이라크, 중국, 그리고 세계 시장으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는 읽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 흐름을 느끼게 해 준다.




글쓰기는 어느 한 순간 느는 능력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고, 잘 쓰인 보고서를 꾸준히 필사하며 배양해야 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보고서식 단문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사이트를 소개한다. KOTRA 글로벌 윈도우인데, 여기엔 긴 보고서든 짧은 보고서든 다양한 양식의 보고서가 존재한다. 물론 KOTRA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므로 국민들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각국 무역관에 근무하는 주재원들께서 보고서를 올려 업데이트도 자주 되는 편이다. 회사가 크고 시니어가 뛰어나 사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 곳에서 우수한 보고서를 보며 필사를 많이 해보시라.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며 자라나는 자신의 보고서 작성 능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윈도우 보고서들을 보며 자라나는 국제시장에 대한 감각은 덤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네이버에 ‘글로벌 윈도우’를 치면 바로 갈 수 있으니 링크는 생략한다.



오지랖을 넓게 부려봤다. 막상 이것저것 많이 써보려 했지만, 두어가지 쓰고 나니 글도 너무 길어지고 해서 마무리를 지어봐야겠다. 사원 대리는 오랫동안 학교라는 공간에서 수동적으로 공부를 해왔다. 이제는 일터라는 능동적 공간에서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아울러 공부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단위로 성적이 나오는 단기적 속성이 있다. 얼른 외우고 시험이 끝난 후에는 다 잊어먹어도 되었다. 하지만 회사 일은 그렇지 않다. 꾸준히 실력을 키워나가야 하며, 신뢰를 통해 협업을 해야 하는 장기적 속성이 있다. 따라서 오늘, 이번 달, 혹은 올해 힘들다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조금 더 길게 자기 능력을 키워나갈 생각을 하기 바란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자기를 알아줄 시니어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러한 조직에서는 신바람 나서 훨씬 더 일을 열심히 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금리 3%라고 가정하면 매월 300만 원의 이자가 나오려면 은행에 12억 원을 예치시켜 두어야 한다. 거칠게 단순화시키자면 당신이 지금 월급 300만 원 따박따박 받고 있는다면, 12억 원을 은행에 예치한 자산가와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키워나가며, 훗날엔 여기저기서 스카우트도 받을 수 있는 그런 인재로 커 나가길 바란다. 결국 최고의 재테크는 자기 능력을 키우는 게 아닐까 싶다. 끝.



*배경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6g0KJWnBh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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