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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17. 2016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솔직히 트레이더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금융권이라곤 은행에 예금하고 대출받고, 주식 몇 번 만지작 거린 게 전부인 내 입장에선 그저 막연히 빅쇼트의 어느 누군가 정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솔직하게 버크셔 헤서웨이도 어떤 일을 하는 회산지 잘 모른다. 그저 할 줄 아는 일이라곤 땅 파고 공구리 치는데 얼마만큼의 돈이 드는지, 하루에 얼마나 땅을 파고 공구리를 치면 저 1억 불, 5억 불짜리 공사가 몇 달, 몇 년 안엔 끝날지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헌데 그 공구리, 정확히 얘기하자면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때론 고로슬래그나 실리카 퓸과 같은 혼화재료가 들어간다. 고로슬래그는 제철소에서 선철을 가공할 때 나오는 급랭 슬래그를 분쇄한 것이고, 실리카 퓸은 실리콘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입자를 집진기로 모은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제철소나 실리콘 가공이 많은 지역에선 이러한 제품의 단가가 낮아지며, 이러한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는 단가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모래와 자갈은 세상 어디에나 널려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강모래는 거의 구하기 어려우며, 덴마크나 이라크와 같이 산을 구경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자갈 따윈 구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인근 노르웨이나 UAE 같은 곳에서 자갈을 대량으로 구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선박의 이동이 필요하다. 선박의 이동이 필요하려면 석유가 많이 소요되며, 항로와 항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당장 아무 해안가에나 그 큰 선박을 들여놓고 자갈을 옮기면 될 것 같지만, 흘수선을 생각하고 수에즈맥스 따위를 고려한 선박 종류의 선택은 상당히 중요하다. 결국 인천 LNG 앞바다나 여수 석유공사 앞바다 저 멀리까지 이어진 잔교나 돌핀은 왜 그리 뚱딴지같이 멀리 떨어져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뿐인가. 철근은 공구리 사이사이 박혀있고, 이 steel의 가격은 석유와 같이 전 세계 수요-공급에 따라 널뛰기 장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위에 아스팔트라도 깐다면 석유로부터 파생된 아스팔트 단가는 매우 곡선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누가 하는가. 해당 지역의 노무자가 할 것이며, 이 지역의 노무법은 역사와 정치를 통해 가공된 것이므로 어느 하나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선 사업을 잘하기 어렵다.


여기까지 왔다면 그 무식해 보이는 공구리 하나를 치기 위해 제철산업, 전자산업의 위치, 그리고 석유, steel가격의 등락, 해운물류나 해당 지역 역사/정치 등의 상식적인 이해가 요구됨을 알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것저것 다 잘한다 하더라도 내가 들인 돈의 통화는 KRW인데, 정작 받아오는 돈의 통화는 제3세계 어딘가라면 상당히 신박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USDKRW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예컨대 USDINR까지 예측하기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5년 동안 가치가 곤두박질치던 어느 나라 환율이 갑자기 브렉시트 때문에 상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현지화가 해외건설에 있어선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며, 환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기본이라 할 수 있겠다.


자자 한번 보자. 누구나 인간은 미래를 예측해야 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세계는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책의 본문을 잠시 인용하자면 "인간의 본성은 가격이 빠질 때 사는 것과 오를 때 파는 것을 두렵게 만들고, 가격이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사는 것을 편안하게 만든다. P.276" 저자도 언급했지만 이런 경우 대처하는 방법은 본능에 의존하기보다는 꾸준한 공부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다. 이게 10개를 예측해서 5개만 맞을 수도 있고, 나머지 5개를 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습관을 통해 길러진 근육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우리 사회는 남보다 조금 더 잘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주 많이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 조금씩 그 지식의 복리라는 재미를 서서히 늘려나갈 때, 남들보다 조금 더 인사이트 한 시야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트레이딩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어느 트레이더의 인생을 바라보는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유시민 씨가 쓴 '어떻게 살 것인가'도 훌륭한 책이지만 그 책은 조금은 당위에 치우쳐져 도덕적인 책에 가깝다. 하지만 경제학적 사고를 하는 저자 김동조 씨는 세상에 선이라고 여겨지는 당위보다 현실의 현상, 그리고 인간의 욕구를 잘 살펴본다. 낙태와 피임이 그렇고, 복지와 통일이 그러하다. 도덕적으로 옳은 판단과 규칙이 언제나 사회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겉으로 누구나 보는 시각으로 나이브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조금은 나의 독립적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독서와 인사이트 있는 분들의 글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만나는 것은.. 조금 많이 망설여진다. 사람은 본디 1부터 10가지 사안이 있다 하면, 아무리 잘 맞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중 1,2 정도는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간혹 그 한두 개의 사안으로 말꼬리를 늘어 잡고 다툼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그저 오랜 시간 서로의 글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관계를 이어간다면 설령 한두 개 정도 생각이 다르다 할 지라도 이 인간 원래 이 부분에선 이랬었지, 하며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세상엔 뛰어난 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꾸준히 노력하고 진일보하는 분들의 글을 자꾸 접하고 싶은 욕심은 감출 수가 없다.
‪#‎폴 크루그먼과_마틴 펠드스타인의_글을_읽어봐야_하는데‬..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조,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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