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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17. 2016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

가성비;Cost-effectiveness란 어느 산업에나 존재하는데, 애니메이션계 가성비의 강자는 누가 뭐래도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라 할 수 있다. 보통 픽사나 드림웍스의 경우 필름당 제작비는 1.5~2억 불 (약 2천억 원) 가량 드는데 반해, 일루미네이션은 그의 절반인 75백만 불가량 (약 8백억 원)의 예산을 사용한다. 슈퍼배드가 69백만 불의 예산이 들었고, 미니언즈가 74백만 불의 예산이 들었다. 그리고 이 ‘마이펫의 이중생활;The Secret Life of Pets’는 75백만 불이 들었다. 보통 이 예산;Burget에 따른 총수입;Gross는 각기 다른데, 슈퍼배드의 경우 5.4억 불, 미니언즈는 11억 불가량 벌어들였다.(여기서 유의할 점은 수익;profit이 아니고 수입;gross이다) 헌데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의 경우 1.75억 불의 예산을 가지고 8.5억 불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고, 굿 다이노의 경우 2억 불의 예산으로 고작 3.3억 불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그 가성비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픽사의 경우, 인류 애니메이션의 그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할 만큼 대단한 수준의 걸작을 많이 만들어 냈다. 토이스토리가 그러했고, Finding Nemo나 Cars가 그러했다. 굿 다이노의 경우, 극 중 공룡을 제외하고선 거의 실사와 마찬가지 수준의 퀄리티를 뽑아냈다. 하지만 다시 성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약 2억 불의 예산을 들여 고작 3.3억 불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미니언즈가 0.7억 불의 예산으로 그 20배가 훌쩍 넘는 11억 불을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다.



그 어떠한 요인이 애니메이션 역사상 일루미네이션을 가성비 갑으로 만들었을까. 일단 슈퍼배드나 미니언즈를 생각하면 약간의 병맛을 연상시킬 수 있다. 사람다운 언어도 구사하지 않고, 내러티브도 상당히 어이없는 수준의 단편성을 보여준다. 정말 이분법적인 세계관으로 비롯된 선악의 구도, 인사이드 아웃에서 보여준 심리학적 해석은 찾아볼 수도 없다. 하지만 고객인 아이들은 열광한다. 개인적 경험을 일반적 사실로 확대시킬 수는 없지만, 우리 큰 아이의 경우 미니언즈를 보고 난 후 유튜브를 통해 끊임없이 미니언즈의 그 알 수 없는 언어를 확대 재생산했다. 무언가 어른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중독시킨 것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사실 미니언즈나 슈퍼배드를 보면 조금은 부담스럽다. 각종 몬스터들의 출현과 못된 짓을 일삼는 주인공을 보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망설여진다. 하지만 나같이 애니메이션을 같이 정주행 하는 부모는 드물 듯, 단순히 그 캐릭터만 보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노란 비엔나같이 생긴 애들은 끊임없이 악당의 추종자가 되기 위해 불로불사의 인생을 사는 놈들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럼 한번 해보자. 일을 할 때에 있어서 픽사와 같이 극강의 완벽한 퀄리티를 추구하고 싶은 욕심은 항상 존재한다. 조금만 더하면, 조금만 신경 쓰면, 완벽한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 텐데 하는 욕심. 하지만 종국에 결과물은 어느 정도 미완성되어 보이고, 그 완벽한 무언가를 이루지 못해 못내 아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일을 할 때에 있어서 그 ‘가성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굳이 픽사와 같이 완벽의 그래픽을 추구하지 않는다 할 지라도, 미니언즈와 같이 들인 인풋에 비해 훌륭한 아웃풋을 도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르긴 물라도 Budget 자체가 1/2이라면 Gross에서 두 배는 차이 나야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즉, 일루미네이션이 75백만 불로 만든 영화가 10억 불의 수입을 창출한다면, 약 2억 불로 영화를 만드는 픽사나 드림웍스는 20억 불 이상의 수입을 창출해야 한다. 헌데 그러기란 매우 어렵고, 어찌 보면 불가능한 수입일 수 있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신춘문예 문학작품처럼 완벽한 보고서를 원하는가, 아니면 그 보고서를 토대로 Decision making을 하게끔 마음을 이끄는 것인가. 전자가 중요한 지 후자가 중요한 지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월급쟁이인 나의 경우는 후자가 답으로 보인다. 물론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끝.



주) 미안하지만 이건 본디 영화평이었다. 아이들과 보기엔 더없이 훌륭한, 가성비 좋은 영화다. 빵빵 터지는 부분이 곳곳에 존재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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